요구불예금 한달 새 37조 증발···은행권, '핵심 예금' 이탈에 골머리
요구불예금 한달 새 37조 증발···은행권, '핵심 예금' 이탈에 골머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대 시중은행, 7월말 요구불예금잔액 673.3조
7월 예·적금 750.5조원···한달새 28조원 증가
수신 쟁탈전에 금리경쟁력 '뚝'···"전략 고심"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의 핵심 수익 기반인 요구불예금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업계가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의 입출금 통장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데다 금융권의 수신 쟁탈전이 격화하자 고객 유치 전략을 새로 짜고 있는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7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73조3602억원으로, 전달보다 36조6033억원 감소했다. 한 달 새 37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구불예금은 은행에서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예금으로, 저축성상품에 비해 이자가 매우 낮은 대기자금을 의미한다. 은행 입장에선 금융소비자에게 줘야 할 이자가 적은 데다 예대마진을 많이 낼 수 있어 '핵심 예금'으로도 불린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은행에 흘러 들어오는 '역 머니무브' 현상은 지속되고 있으나,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예·적금으로 수요가 몰리며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감소세에 속도가 붙었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모처럼 금융권 수신금리가 오르자, 이런 현상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실제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의 예금 금리는 3%대 중반을 웃돌고 있다. 고금리를 좇는 수요로 인해 지난 7월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전달보다 28조원 늘어난 750조565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7개월 새 60조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과의 수신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요구불예금 감소의 주된 원인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3사는 '잠깐 주차하듯' 돈을 짧은 시간 맡겨도 비교적 많은 이자를 지급하는 파킹통장에 2%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당초 토스뱅크가 1억원까지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 통장으로 인기몰이했다면, 지금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파킹통장 금리를 대폭 인상한 상태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달 파킹통장 금리를 기존 연 1.3%에서 연 2.1%로 변경했으며, 한도도 3억원으로 설정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5일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의 기본 금리를 0.8%p 올려 연 2%로 맞췄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1%, 자유적금 금리는 최고 연 3.5%까지 올렸다.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연 2.75~3% 수준까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요구불예금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파킹통장, 예·적금을 선호하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수요 감소로 영업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호실적의 배경이 되는 요구불예금마저 이탈하자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부 은행은 파킹통장 경쟁에 가세하는가 하면, 일부 은행은 급여통장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는 눈치다.

대표적인 예로 산업은행은 'KDB Hi 비대면 입출금통장'에 최고 연 2.25%의 금리를 제공한다. 우대조건이나 금액 제한도 없는 데다 파킹통장 열풍을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를 웃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이 줄면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 결국 고객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구조"라면서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파킹통장 금리 인상을 비롯해 기업이나 주요 기관과 협약을 맺는 방법으로 은행들이 핵심 예금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