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갈림길 앞에 선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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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경제상황과 정책을 두고 과거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기 직전의 일본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정부가 통제하기 힘든 부동산 가격 폭등과 그로 인한 소득 대비 자산 배율의 급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와 정책 담당자들, 언론 등이 모두 입을 모아 낡은 경제이론만 반복적으로 읊거나 수렁에 빠진 자본선진국들의 실패한 길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자고 선동한다.

한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던 일본은 이미 30년 전부터 그 위세가 현저히 꺾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그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제성장세가 멈추기 직전까지 당시 일본은 엔저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경제성장을 보였으나 기업 투자가 둔화하며 금융권은 부동산 대출로 시선을 돌렸고 연이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국민들의 부동산 구매욕구를 자극, 다시 가격상승을 부르는 고리를 형성했었다. 

그런 급작스러운 가격상승에는 거품이 많이 끼었지만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어내며 금융기관들은 부동산대출 비중을 위험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엔저로 호황을 누리는 일본을 향해 미국이 브레이크를 걸면서 일본 정부의 환율조작이 멈췄고 금융정책의 전환으로 부동산 버블이 삽시간에 꺼지며 과도한 부동산 대출을 실시했던 금융기관들의 연쇄부도사태가 벌어졌다. 그때부터 일본인들의 자부심도 꺼져가기 시작했다.

미국은 아직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차 대전 이후의 그 자신만만함은 사라지고 불안감과 조바심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세계 경제를 혼돈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국방비가 연간 천조원을 넘는다 해서 천조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이지만 그 미국이 가진 막강한 힘 가운데 다른 하나는 금융이다. 문제는 과거에 비해 군사력보다 금융을 더 자주 무기화하다보니 세계 경제 전반이 혼란으로 휩쓸리게 만들면서 동시에 미국의 영향력을 스스로 갉아먹기 시작했다.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결정은 여전히 세계 금융의 향방을 결정하고 미국 정부의 정책이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키로서 기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현재 미국의 요구에 각국의 반응이 변하는 조짐을 보인다.

당장 대 중국제재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러시아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유보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당장 에너지 공급 차질은 각국의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워낙 커서 미국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에 불만을 드러내는 경향을 보인다.

경제적 위기는 국제관계에 긴장감을 높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 각국 간에는 각자도생의 움직임이 점점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위험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어쩌면 올 겨울이 각자도생하려는 분위기에 큰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현재 경기상황에 대해서는 미국 연준 파월 의장의 입을 통해 나온 미국의 판단이 적절한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꽤 많다. 당장은 취업률도 높고 소비자 물가도 잡히는 것 같다며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지만 그런 미국의 판단과 달리 소비자 물가 안정이 청신호가 아니라 장기침체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비관적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고가 손쉬운 미국의 노동시장 시스템 상 지금의 취업률은 단 한두달만에 극심한 반전을 보일 수도 있다는 불안한 시선을 보인다. 게다가 현재의 강 달러 추세가 어디서 멈출지 지속될지 확실치 않은 상황은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로 연결되며 소비자물가의 안정 차원을 넘어 디플레이션까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당장 관심을 기울일 문제는 이런 세계적 흐름에 한국은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냐다. OECD 31개국 가운데 한국은 생애주택 구입기간이 두 번째로 긴 나라(16.6년)이고 다른 나라들이 팬데믹 기간 중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정부 부채를 늘리는 동안 기득권에 안주한 한국의 정치권에서 정부부채 증가를 막아서다 가계부채를 더 늘리는 위험한 선택을 했다.

이미 자산소득불평등이 주요선진국 가운데 가장 심한 나라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그 자산의 대다수를 이루는 부동산세가 총 재산세 가운데 가장 낮아 OECD 평균 6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6%에 그쳐 자산소득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노동소득의 격차보다 사회양극화의 더 근원적인 요소는 자산소득이고 그 가운데서도 한국에서는 부동산 자산이 계층상승의 사다리를 끊어내는 가장 위험한 칼인데 지금 한국은 그 폭탄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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