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증시 침체에 상반기 실적 '반토막'···'1조 클럽' 대거 탈락 예상
증권사, 증시 침체에 상반기 실적 '반토막'···'1조 클럽' 대거 탈락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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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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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상반기 주요 증권사들이 '실적 쇼크'에 가까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증시 부진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운용 손실 여파에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5곳에 달했던 '1조 클럽'도 대다수는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부 증권사는 리스크 관리와 사업 다각화 전략에 힘입어 선방했다는 평가다.   

◇거래대금 급감·채권운용 손실에 뚜렷한 내리막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2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279억원)과 비교해 57.8% 급감한 수준으로, 업계에서 가장 크게 뒷걸음했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1541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 60.8% 줄어, 가장 큰 감익폭을 기록했다.

KB증권도 비우호적 시장 환경 영향으로 51.4% 급감한 182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하나증권(-49.6%)과 삼성증권(-47.7%), 키움증권(-46.8%), 신한금융투자(-41.4%) 등도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대부분 1기보다 2분기 감익폭이 더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 

올 들어 대외 겹악재에 증시가 크게 휘청이며 거래대금이 큰 폭 감소했고, 금리 상승 추세에 따른 대규모 채권평가 손실로 실적 급전직하를 맞았다. 일부 증권사는 강점인 투자은행(IB) 부문에서 비교적 선방했지만, '쇼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19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급감했다. 2분기는 이보다 13.1% 줄어든 17조2000억에 그쳤는데, 지난해 2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해 호실적의 일등공신이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의 부진을 야기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주식시장 부진으로 일평균거래대금이 줄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감소했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급등으로 증권사 상품운용관련 수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를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1조 클럽' 대거 자취 감출 듯···미래vs한투 '명암'

주요 증권사들이 상반기 크게 뒷걸음한 실적을 거두면서,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진입했던 증권사들도 올해 대거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미래에셋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5곳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최대 실적 행진을 펼치며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미래에셋증권만 간신히 '1조 클럽'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9% 줄었지만 6055억원으로 업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1조9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몇 년 새 실적 선두를 두고 각축을 벌여온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희비가 크게 갈린 점도 주목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차별화된 사업모델에 힘입어 업계 최대 실적을 냈다. 위탁매매 부문이 다소 부진했지만, IB와 트레이딩 해외법인에서 호조를 보인 점이 주효했다. 

이로써 한국투자증권(4188억원)을 2000억원 이상 따돌리며 2년 연속 선두 수성이 유력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40.5% 감소했다. 2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53.5% 급감한 1305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단기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운용부문에서 대거 손실이 발생한 점이 실적 급전직하로 이어졌다. 

◇비우호적 업황에도 메리츠·현대차 선방 '눈길'

증권사 저마다 전년보다 현저히 저조한 실적에 울상지은 반면, 부진한 업황에도 선방한 실적을 낸 곳은 단연 주목된다. 강점에 보다 주력한 동시에 펼쳤던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수익 다각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은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57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8% 증가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성장했으며,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세전이익(5943억원)과 당기순이익(4408억원) 모두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시장금리 급등과 증시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불안정한 금융 환경 속에서도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양질의 투자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고,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Trading)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과 대응으로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사인 현대차증권은 상반기 영업이익 8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했다. 반토막 난 타 증권사들과 비교해 크게 선방한 셈이다. 특히 2분기(487억원)엔 14.5% 증가해 업계에서 유일하게 뒷걸음하지 않은 기염을 토했다. 전체 분기를 통틀어 3번째로 높은 규모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고르게 분산된 수익구조가 비우호적 업황으로 인한 감익 우려를 상쇄했다. 금리 상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보유 채권 규모를 축소해 채권 평가 손실을 최소화했다. IB 부문에서도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서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점이 적중했다. 2분기만 56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자기자본투자(IP)도 48% 증가한 순영업수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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