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高물가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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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홈플러스에서 내놓은 '당당치킨'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값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699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시민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이른바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을 해야 구매할 수 있을 정도다.

과거 2010년 롯데마트가 가성비 치킨으로 내놓은 '통큰치킨'은 '대기업 횡포', '골목상권 침해' 등의 이유로 프랜차이즈 업계는 물론, 정부·정치권 등의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그렇게 통큰치킨은 단 1주일 만에 사라졌다.

그러나 12년 만에 부활한 가성비 치킨 논쟁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정치권은 물론, 프랜차이즈 업계의 집중포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및 대형마트 관계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는 차치하더라도, 결국 고물가 속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6.3%를 기록해 과거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았다.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품목들을 모아놓은 생활물가는 같은 기간 7.9% 뛰었고, 채소류 가격은 무려 25.9% 급등했다. 대외 물가 충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폭염·폭우·명절까지 맞물리면서 물가상승률이 7%도 넘어설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걷잡을 수 없는 물가 충격에 서민 등골은 더욱 휘고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수치로 나타내는 경제고통지수는 지난달 9.2로 1999년 6월 실업률 집계 기준 변경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똑같은 가성비 치킨의 등장에도 12년 전과 현재 분위기가 다른 건 심각한 고물가 위협 속 값싼 치킨을 선택할 수 있다는 소비자 선택권에 더욱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골자로 하는 '추석민생안정대책'을 내놨다. 성수품 공급량 및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해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을 지난해 추석 수준까지 내리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이미 명절 때마다 내놓고 있는 '재탕'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단발성 대책으로 외환위기 수준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되돌리겠다는 것 자체가 허황된 목표라고 지적한다. 앞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정부는 수 차례의 물가안정대책들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2030세대에서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치솟는 생활물가 탓에 한때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플렉스'를 외치던 MZ세대 사이에서 온종일 한 푼도 쓰지 않고 버티는 도전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고, 미용실을 다녀오는 대신 직접 머리를 자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짜장면 대신 짜장 맛 라면을, 치킨 대신 치킨 맛 삼각김밥을 사먹는다.

비자발적인, 울며 겨자먹기 식의 풍토라는 점에서 이런 행태를 객기어린 유행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민들의 고충을 정부도 십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단발성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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