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기금 '부실우려차주' 기준 놓고 삐꺽···당국-2금융권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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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차주까지 부실우려차주로···금리 '역마진' 우려
금융당국 "조정금리, 조달금리 이상으로 설정할 것"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출발기금 프로그램 관련 금융권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출발기금 프로그램 관련 금융권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이 다음달 본격 가동되면 가장 타격을 받게 될 곳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충분히 협의한다는 입장이지만 2금융권 대출에 대한 당국의 시각 자체가 부정적이라 업계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오는 22일 저축은행들을 대상으로 새출발기금 설명회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설명회에선 새출발기금에 대한 큰 방향과 저축은행권의 우려 사항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도 필요하다면 이날 설명회에 참석해 저축은행권과 소통한다는 입장이다.

설명회에선 '부실우려차주'를 분류하는 적정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부실차주(연체 90일 이상)' 뿐만 아니라 '부실우려차주(기준 미정)'에 대해서도 이자 감면 등의 채무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실우려차주 기준에 따라 고객 이탈 규모가 결정되는 만큼 업권의 관심 또한 큰 상황이다.

다만, 설명회를 통해 새출발기금에 따른 고객 이탈 등 업권의 우려가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새출발기금을 통해 코로나19 기간 동안 급증한 2금융권 대출을 정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서다.

현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부실우려차주'와 '정상차주'를 분류하는 기준에 대한 금융당국과의 시각차가 크다는 점이다.

대출 연체에 대해 보수적인 기준을 갖고 있는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2금융 대출 이용 차주 특성상 단기적으로 연체했다가 자금이 마련되면 상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똑같이 연체를 했더라도 은행에서는 부실화 우려가 있는 차주로 분류되는 반면 저축은행에서는 정상 차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저축은행에선 정상인 차주를 새출발기금 기준에 따라 부실우려차주로 재분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앞서 나온 새출발기금 초안에는 연체가 10일 이상만 돼도 부실우려차주로 분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최종안이 아닌 만큼 해당 기준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업계는 연체에 대한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이해하고 있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10일 이상 연체' 대출까지 부실우려 대출로 분류하게 될 경우, 이들을 새출발기금으로 넘기거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금리를 낮춰줘야 해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알고 있는 만큼 2금융권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세부 운영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8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새출발기금 프로그램 관련 금융권 설명회'에서 변제호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저희와 2금융권의 (연체에 따른 부실우려차주 분류)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부실우려로 들어왔을 때 조정되는 금리가 2금융권이 우려하지 않도록 조달금리 이상이 되도록 설정하는 방안을 (업계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면서도 건전성 차원에서 2금융권 대출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과거 저축은행 부실사태 해결에 진땀을 뺀 적이 있는 만큼 금융당국 입장에선 저축은행에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도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2금융권 대출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른데 전체 시스템으로 보면 그동안 정책자금이나 만기연장·상환유예를 통해서 정상적인 상태를 만들어놨는데 그 와중에 (2금융권이) 대출을 쫙 늘렸다"며 "개별 금융회사 입장에서 대출은 그만큼 이자수익일테지만 전체 시스템 안전과 건전성 측면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지난 설명회가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던 만큼 향후 새출발기금 운영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새출발기금 기준 자체가 은행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저축은행에는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저축은행권 평균 대출금리가 10% 초반대인데, 기존에 정상적으로 이자를 갚던 분들을 부실우려차주로 인식하게 되면 금리를 이보다 훨씬 낮춰야 하다 보니까 역마진이 불가피하고 아마 상당수 저축은행들에 피해가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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