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침체 우려 '베이비스텝'···사상 첫 4회 연속 인상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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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2.25%→2.5% '0.25%p↑'···"연말 2.75~3%"
이 총재 "물가 부담 여전하지만 빅스텝 고려 안 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유은실 기자] 한국은행은 25일 앞서 예고한대로 '베이비스텝'(0.2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야아 하는 데다, 미국과의 금리역전 및 커지는 원화 약세 압력을 방어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경기 충격 등을 고려해 지난달 '빅스텝'(0.5%p 금리인상)보다는 인상폭이 축소됐다.

아울러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전히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해야한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연말 금리 상단이 2.75~3.00%에 달했다는 데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물가 정점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와,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는 우려도 동시에 내비쳤다.

◇ 물가상승률, 외환위기 이후 '최고'···베이비스텝 단행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현재 연 2.25%의 기준금리를 2.5%로 0.25%p 인상했다. 이번 금통위의 결정은 한은 역사상 첫 네 차례 연속 금리인상이다. 금통위는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0.25%p씩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지난달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인상 결정에는 금통위 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번 인상은 '현재 진행형'인 고(高)물가 상황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한은은 이날 함께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연간 5.2%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같은 해 물가안정 목표제 시행 이후로도 가장 높다. 반대로 성장률 전망은 떨어졌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전망치(2.7%)보다 0.1%p 낮은 2.6%로 제시했다.

여기에 가파른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도 무시할 수 없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약 42년 만에 2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한·미 금리역전 현상도 빚어졌다. 아울러 연준은 올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연말 금리 상단이 4%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됐다. 이는 곧 자본유출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원·달러 환율은 최근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340원을 돌파했다.

이 총재는 "현 경제 상황이 지난달 금통위에서 예상한 물가·성장률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지난달 통방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0.25%p의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5~6%대의 물가압력이 지속 전망되기에 당분간 물가를 중점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다만, 향후 성장률 변화와 자본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상 결정은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으며, 이 총재의 발언 역시 중립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그간 국내 채권시장 내에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상당했고, 이런 기대감이 꺾이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186%p 뛴 3.498%까지 올라섰다. 3년물 금리가 3.4%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 4일(3.430%)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총재는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얘기했고, 지난달 금통위에서의 발언과 크게 달라짖 않았다"며 "그간의 채권시장 평균 기대치를 보면 결국 금리인상 기대가 빅스텝과 3분기께로 금리인상이 끝난다고 보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이에 중립적인 언급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기조 완화의 기대가 꺾이면서 시장에도 변동이 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 "여전히 성장보다는 물가···정점 시기는 앞당겨질 듯"

올해 연말까지의 금리 경로에 대해서도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이 총재는 물가·성장률 흐름이 지난달 예상했던 수준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물가를 잠재우기 위한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지표들이 지난달 내부에서 예상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에 정책 기조는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면서 "2.75~3.00%의 금리상단 전망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금리인상으로 중립금리 중간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면서 "물가가 당분간 5% 이상의 높은 수준이 유지된다면 추가적인 금리인상으로 중립금리 상단에 들어가 물가를 꺾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향후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금리인상 기조 앞 '당분간'의 표현을 삭제했는데, 이 총재는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결정, 중국 전당대회, 유럽발(發) 에너지 리스크,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담 등 2~3개월 내 많은 리스크 요인이 있다"며 "이런 때 명확한 가이던스를 내놓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 전망경로를 볼때 추가적인 빅스텝 단행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전망 경로 내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기에 빅스텝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당분간은 0.25%p씩 금리를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기조다. (빅스텝을) 원칙적으로 고려는 해야겠지만, 지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물가 정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지난 2개월 간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한 영향으로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 정점이 3분기 말쯤으로 예상했는데 그 시기가 더욱 당겨질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물가는 당분간 5% 이상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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