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물가 전망 5.2% '24년來 최고'···성장률 '안갯속' (종합)
한은, 올해 물가 전망 5.2% '24년來 최고'···성장률 '안갯속'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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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물가상승률, 5월 전망보다 0.7%p 높은 5.2% 전망
성장률은 0.1%p 낮춘 2.6%···"상방보단 하방 리스크 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유은실 기자]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로 내다봤다. 이미 2개월 연속 6%대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향후 대내외 환경이 물가상승압력을 더욱 높일 것이란 전망이다. 유가 하락으로 물가 정점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내놨으나, 내년까지 기조적 물가 오름세는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경제성장률도 민간소비 등에 힘입어 당초 기대보다 더욱 개선된 결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제부터가 문제다. 대외에서 오는 하방 리스크가 겹겹이 쌓여 있다는 점에서 하방 압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 "물가, 정점 이후도 5%대 전망···수요측 압력까지 '복합적'

한국은행은 25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로 내놨다. 이는 지난 5월 발표한 전망치(4.5%)보다 0.7%p 높은 수준이며, 과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에 내놓은 연간 전망치(9.0%)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다. 실제로 5%를 넘어서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해도 같은 해 기록한 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미 물가상승률은 지난 6월부터 2개월 연속 6%대로 올라섰고, 지난달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이 4.9%에 달했다. 여기에 기대인플레이션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점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 확대 및 공급 외 수요측 물가상승압력까지 더해지는 등 향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은이 전망치를 올려잡은 것이다.

물가 정점 도달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3분기 말보다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안심할 수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을 고려할 때 물가 정점 시기가 보다 당겨질 수 있다"면서도 "정점을 찍더라도 5~6%대의 높은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간 인플레이션 우려는 공급측 압력발(發)로 나타났으나, 최근 물가 오름세에는 수요측 압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최근 외식비가 8%씩 올랐는데, 이는 원재료비 급등을 감안하더라도 수요측 압력이 없으면 오르지 않는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에서도 식료품·에너지류를 제외하면 수요측 압력이 절반에 달하는 등 대외 요인 이면으로도 수요측 상방압력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에도 물가상승률은 4.6%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현 상황에서 악화되지 않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80~90선으로 내려온다는 가정 하에 하반기(2.9%)에는 2%대로 내려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 연간 물가상승률은 3.7%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관측이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 연초 5%중반대로 떨어지기 시작해 상반기 중 4.6%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3분기 이후로는 3%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면서 "근원물가 오름세가 기조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에 물가상승률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내년 근원물가 오름세는 올해보다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볼 때 내년 3분기 이후로는 2%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민식 국제무역팀장(왼쪽부터), 이정익 물가동향팀장, 이환석 부총재보, 김웅 조사국장, 최창호 조사총괄팀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경제전망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김민식 국제무역팀장(왼쪽부터), 이정익 물가동향팀장, 이환석 부총재보, 김웅 조사국장, 최창호 조사총괄팀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경제전망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 민간소비 덕에 선방했지만···한국 경제 성장 경로 '안개속'

한은은 우리 경제가 소비 개선에 힘입어 당초 예상보다 선방한 모습을 보였지만, 앞으로가 문제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유럽 가스공급 축소 등으로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될 전망인 데다 중국 당국의 제로코로나 정책도 하반기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지난 5월 향후 경제 성장경로에 상·하방리스크가 교차한다고 했던 평가는 거두고, 대신 '하방리스크가 크다'는 진단을 내렸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1%p 내린 2.6%로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잠정치는 0.3%p 내린 2.1%다.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조치, 주요국의 통화정책 등 대외여건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김 국장은 "대외요인이 상당히 나빠질 것을 가정해 중간에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외요인과 달리 국내 소비 불씨는 상당히 살아난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펜트업 소비와 함께 근로·사업 소득여건도 함께 개선된 영향이다. 김 조사국장은 "민간소비의 경우 2분기 거리두기 해제 이후 상당히 좋은 상황인데, 펜트업 소비(보복·지연 소비)뿐 아니라 소득 여건이 많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소비 회복세가 예상보다 컸다는 점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상방요인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책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대할 수있는 성장률 자체가 낮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과 교역 신장률을 기존 전망 대비 각각 0.5%p, 0.7%p 낮춘 2.9%, 3.5%로 내다봤다.

아울러 한은은 올해·내년 잠재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2.0%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국가총생산(GDP) 갭(실제GDP-잠재GDP)은 올해 상반기 플러스로 전환한 것으로 평가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내년 경제성장률(2.1%)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2.0%)을 웃도는 만큼,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올 시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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