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형태양광, 농가 수입 10배 높이는데 8년이면 철거해야"
"영농형태양광, 농가 수입 10배 높이는데 8년이면 철거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설 운영시 연간 수익 250만원→3100만원···일본·미국·유럽 등 실증·지원 확대
국내선 관련 제도·법 부재로 최대 8년만 운용···수명 25년 태양광 모듈도 폐기
업계·학계 "식량안보·NDC 목표 달성에도 도움"···국회, 법률 재·개정 논의 중
한 농민이 경남 함양군 영농형태양광 시설 아래에서 경작중인 벼를 추수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한 농민이 경남 함양군 영농형태양광 시설 아래에서 경작중인 벼를 추수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20년간 농민들의 수익을 5배에서 최대 10배까지도 높일 수 있는 시설인데 8년이면 철거해야 합니다."

지난 1일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에서 만난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은 영농형태양광과 관련한 법과 제도가 없는 현 상황에 대해 아쉬워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영농형태양광은 농민이 보유한 농지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해 쌀,  쌀, 포도, 차(茶) 등을 그대로 경작하면서 부가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이양기·콤바인 등 농기계가 다닐수 있도록 시설물을 3~5m 높이로 제작하고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농경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했다.

이태식 조합장이 관리하고 있는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의 경우 한 농가에서 3068㎡(928평)의 논을 빌려 지난 2019년 4월부터 4년째 쌀과 전력(100kW 규모)을 생산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기 전 해당 논에서는 쌀이 2700㎏(매상 67포) 수확돼 연간 약 250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모듈을 설치한 후 쌀 수확량은 3분의 2 수준인 1800㎏(매상 45포, 약 168만원)으로 줄었다. 대신 태양광 시설 설치에 따른 농지 임대료(연간 약 500만원)가 들어오면서 해당 농가의 수익은 연간 420만원 증가했다.

여기에 전기 판매수익이 지난해 기준 총 2942만원(계통한계가격(SMP) 1258만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1684만원)으로 집계됐다.

영농형태양광 설치에 따른 실질적인 연간 수익이 약 250만원에서 약 3100만원(쌀 수확+전기 판매금액)으로 1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농사만으로는 풍·수해 등으로 매년 수익이 일정치 않고, 특히 겨울에는 수익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영농형태양광은 농가 수익 개선에 훨씬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이 영농형태양광 발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큐셀)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이 영농형태양광 발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큐셀)

실제로 일본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이 같은 장점을 인식,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작물의 수량과 품질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면 20년간 영농형태양광 발전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다만, 농지의 수확량이 전년대비 80% 이하로 줄어들면 시설물을 철거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2017년부터 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해 농작물 보호시설로 규정하고, 매년 15MW 설치를 목표로 지원한다. 승인된 사업은 20년간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도 코로나 회복과 복원개발 계획을 위한 지원금을 영농형태양광사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 같은 흐름은 2018년 이후 미국, 아시아 등으로 확장돼 독일, 미국, 칠레,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세계 각국에서 실증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까지 총 77건의 실증사업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농지법 등 관련 법과 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영농형태양광은 일시 사용 허가 기간인 8년(5년+연장 3년)만 운영할 수 있다. 이후에는 발전 시설을 철거해야 한다. 

설치 비용만 1억5000만원으로, 철거 비용까지 고려하면 8년간 운영해서는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수명이 25년이나 되는 태양광 모듈을 폐기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태식 조합장은 "현재는 농지 변경 등 제도·법률 제한 등으로 인해 농가에서 시설을 설치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영농형태양광을 지원해주면 농가 수익 확대와 노동력 감소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와 학계 등에서도 영농형태양광이 활성화되면 농가 수익 증대와 함께 식량안보 보완, 국가 탄소 중립 목표 달성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농업인구는 고령화로 인해 지속 감소하고 있고, 농지 면적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농지 면적은 2011년 169만8000헥타르(ha)였지만 2020년에는 156만5000ha로 약 8% 줄었다. 농가인구는 2016년 250만명에서 2021년 약 220만명으로 5년만에 약 12%가 줄었다.

영농형태양광은 태양광발전 전용 시설로 전환하는 비율을 낮춰 농지를 보호하고, 농가 수익을 높여 농업인구를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걸로 분석된다. 특히 일부 작물에서 영농형태양광 시설을 설치 한 뒤 물 사용량이 줄고, 수확량이 더 늘어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재학 영남대학교 교수는 "농민들이 농사만으로는 소득이 안되니 태양광발전소로 전용을 하는 등 다른 사업을 벌여 농지가 보존이 안된다"며 "영농형태양광은 농사를 반드시 짓도록 묶어두기 때문에 농지가 보호되고 태양광발전과 농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태양광 시설이 폭염 때는 직사광선을, 폭우 때는 강수를, 겨울에는 냉해를 막아 작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며 "시설을 활용해 빗물 수집이나 농약 자동살포 등 사물인터넷(IoT) 기술까지 도입·적용하면 농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에 설치된 영농형태양광 단지 전경 (사진=한화큐셀)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에 설치된 영농형태양광 단지 전경 (사진=한화큐셀)

또 국내 전체 농지 면적의 약 5%에만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도 약 34GW의 발전소를 지을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약 4800만명이 1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생산 규모다.

현재 국회에서는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2021년 11월, 영농형태양광을 위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20년으로 하는 '영농형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 전 해인 2020년 6월에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파주시을)이 같은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2021년 3월 같은 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도 영농형태양광 사업을 하는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농업인 영농형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전무는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는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책"이라며 "한화큐셀은 영농형태양광에 적합한 모듈을 제작, 공급해 시장 활성화를 이끄는 한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과 기후위기 대응에도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