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환율, 5거래일 연속 연고점 경신···1371.7원 마감
'속수무책' 환율, 5거래일 연속 연고점 경신···1371.7원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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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5개월 만에 최고치···위안화 약세도 한몫
대내 수급도 强달러 찾는 투기성 움직임 가세
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5거래일째 연고점을 경신했다. '킹달러'의 독주를 막을 재료가 부재한 데다, 투기성 움직임까지 맞물렸다. 장 막판 정부 개입으로 소폭 내리기도 했으나, 환율은 여전히 상향돌파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71.4원)보다 0.3원 오른 달러당 1371.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째 오름세를 이어간 환율은 지난 2009년 4월1일(1379.5원) 이후 13년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4원 낮은 1369.0원으로 개장한 뒤 장중 한때 1364.4원까지 레벨을 낮췄다. 하지만 중국 외환시장이 개장하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뛰었고(위안화 약세), 원·달러 환율도 결제 수요(달러 매수)가 나오면서 장중 1377.0원까지 올라섰다. 마감 기준으로도 2009년 4월1일(1392.0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단, 장 막판 달러 강세 장기화에 대비해 은행권 외화유동성을 확대해야한다는 정부의 발언이 나오면서 오름폭을 일부 되돌렸다.

당초 이날 외환시장에선 숨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루 전 중국 인민은행은 외환 지급준비율을 8%에서 6%로 인하했고, 이에 위안화 강세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확대됐다. 또한 프록시(대리) 통화 성격이 강한 원화도 그간의 일방적인 달러 강세를 소폭 되돌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중국 경기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면서 위안화는 되레 약세로 돌아섰다. 인민은행도 위안화의 달러 대비 기준 환율을 6.9위안으로 고시했으며, 이날 위안화는 6.95위안대까지 오르면서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위안대를 위협했다. 엔화도 달러 대비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섰으며, 유로화 역시 에너지 리스크 우려 속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미국 국채 선물시장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를 반영해 2년물과 10년물이 모두 올라선 점도 원화 약세로 작용했다.

특히 이날 외환시장에선 수급 영향으로 환율이 재차 달러당 1370원까지 올라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강력한 긴축 기조가 지속되고, 비(非)달러 통화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보다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은 국내 외환시장으로 달러를 사고자 하는 '롱 베팅'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런 투기성 움직임은 달러 매수·원화 매도 포지션으로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국채 선물 금리가 뛰고, 위안화·엔화 약세까지 맞물리면서 달러를 매수하려는 '롱플레이'가 있었다"며 "석유수출기구(OPEC)의 감산 움직임,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 에너지 리스크도 있었지만, 이날 환율은 달러 강세로 방향을 잡은 투기성 매매가 더욱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적 요인에 (원·달러 환율이) 흔들린다고 하더라도 대내 펀더멘털이 현 환율 수준까지 약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의 내년도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유럽과 중국의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은 글로벌 달러 강세와 함께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시장은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400원선을 확인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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