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또 연고점···금융위기 이후 첫 1380원 돌파(종합)
원·달러 환율 또 연고점···금융위기 이후 첫 1380원 돌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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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원·달러 환율, 12.5원 뛴 1384.2원 마감
6거래일째 연고점···달러 외 통화 일제히 약세
"상단 논의 무의미해"···1400원 돌파 초읽기
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380원도 뚫어내면서 또 한 번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장중에는 1390원 턱밑까지 올라섰다. 놀란 통화당국은 연일 시장 안정화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71.7원)보다 12.5원이 뛴 1384.2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루 전 환율이 137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경신한 지 하루 만에 1380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6거래일 연속 상승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지난 2009년 3월30일(종가 기준 1391.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5.3원 높은 1377.0원으로 개장한 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1380원을 넘어섰고, 오전 11시 넘어서는 장중 한때 1388.4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2009년 같은 해 4월1일(1392.0원) 이후 가장 높았다.

엔화가치는 달러당 143엔 마저 무너지면서 24년 만에 최저 수준을 이어갔고, 유로화 역시 1유로로 1달러를 살 수 있는 '패리티'(등가) 수준이 붕괴됐다. 에너지 리스크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유로화는 한때 유로화당 0.98달러 수준까지 내려섰다. 위안화 역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7위안 수준에 바싹 다가섰다.

이런 '슈퍼 달러' 현상은 지난달 미국의 통화긴축 흐름이 내년에는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꺾이면서부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긴축 기조를 꺾을 마음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내비쳤고, 간밤 공개된 미국 서비스 수요 및 고용시장 지표들이 개선됐다는 소식은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행보를 더욱 뒷받침했다.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비(非)달러 통화국들도 현재의 경제 상황은 물론, 앞으로의 전망마저 좋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더욱 확대되면서 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110.691선까지 치솟아 지난 2002년 6월18일(111.280) 이후 20여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더욱이 이날 공개된 7월 우리나라 상품수지가 10년여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도 대내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를 더욱 높였다. 국내 대부분의 전문가·교수들은 국가적 위기에 도달할 법한 현재의 환율 수준과 같이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 빈약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내 경제지표가 잇따라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달러를 매수하고, 원화를 파는 투기적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내외 상황이 모두 원화 약세로 집중되면서 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도 크게 원·달러 환율의 상향돌파 움직임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점심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장 마감 직전에는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잇따라 던졌다. 이에 1390원을 위협하던 환율은 오름폭을 소폭 되돌리기도 했으나, 단기적인 시장 안정화 재료에 불과하다는 관측이다.

한 은행권 외환 딜러는 "정부의 개입으로 오름폭이 다소 제한되기는 했으나, 이를 상단 저항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달러의 카운터 파티인 유로가 에너지 리스크에 따른 약세 압력을 더욱 크게 받고 있다. 현재 글로벌 달러 움직임을 볼 때 떨어질 재료보다는 올라갈 재료가 더욱 많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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