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패션가 사업 확장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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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해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국내 소개 주력
LF, 식품·부동산신탁회사 품고 종합 생활문화기업 변신
이랜드, 헤이리 예술마을 갤러리 열어 미술 시장 공략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레이블씨 매장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레이블씨 매장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패션기업들이 본업 외 영역에 눈독을 들이며 사세를 넓히고 있다. 진입 장벽이 낮은 화장품부터 식품, 가전까지 확장 업종은 다양하다. 

국내 패션시장의 쌍두마차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옛 엘지패션) 역시 새 수익원 확보에 힘을 쏟고 있지만, 공략법은 사뭇 다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해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국내 임시(팝업)·주력(플래그십) 매장에서 소개하는 방식을 택한 한편, LF는 식품·부동산신탁 회사를 품에 안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단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본격적인 뷰티·라이프 스타일 사업 확대를 알린 뒤 첫 행보는 친환경·유기농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뱀포드(BAMFORD) 매장을 연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밀레니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와 연장자를 동시에 공략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 백화점 2층에 뱀포드 매장을 열었다. 이곳에선 화장품과 의류, 잡화, 스파(SPA)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 클린뷰티(유해 성분 없는 화장품)를 표방하는 편집숍 레이블씨(Label C)에선 향수 브랜드 메종루이마리나 프랑스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압솔루시옹, 미국 네일케어 브랜드 제이한나를 선보인다.

메종루이마리 브랜드 화보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메종루이마리 브랜드 화보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이달 들어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 안에서 피네이더(PINEIDER)의 임시 매장을 꾸렸다. 피네이더는 남성 편집매장 란스미어(Lansmere by Galaxy)에서 올해 초 국내에 선보인 이탈리아의 고급 문구 브랜드다. 피네이더 매장에선 만년필과 볼펜, 공책, 편지지, 가방, 카드지갑을 선보인다. 피네이더 펜 중간에 알파벳을 새겨주거나, 공책 가죽 덮개에 이름 머리글자(이니셜)를 적어주기도 한다.  

이무영 삼성물산 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상무)은 "피네이더의 상품력과 가치를 고객에게 전하기 위해 다양한 유통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란스미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다양한 시도와 접근으로 확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패션이 모태 사업인 LF 역시 2010년대 들어 종합 생활문화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식품기업 쇼핑에 열을 올리더니 이후 부동산신탁회사까지 품에 안았다. LF를 의복에 이어 식, 주를 두루 갖춘 기업으로 재탄생시킨 셈이다. 올해엔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를 세웠는데,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동반 성장 체계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라멘·돈부리 전문점 하코야 메뉴를레스토랑간편식(RMR) 밀키트로 만든 돈코츠라멘 2종. (사진=LF푸드) 
라멘·돈부리 전문점 하코야 메뉴를레스토랑간편식(RMR) 밀키트로 만든 돈코츠라멘 2종. (사진=LF푸드)

LF는 2014년 사명을 LG패션에서 현재 이름으로 바꾸면서, 이미 패션회사 타이틀을 벗었다. 이듬해부터 공격적으로 비패션 사업에 나선 LF는 2017년에만 6건의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식품사업 진출이 유독 도드라졌는데, 이때 인수한 식자재 유통업체만 3곳에 달한다. 스파클링 와인과 맥주를 파는 인덜지 지분은 물론 일본 식자재 유통 전문기업 모노링크와 유럽 식자재 전문기업 구르메F&B코리아를 잇따라 품에 안았다. 

올해 7월 설립자본금 110억원을 출자해 세운 신규 자회사 LF인베스트먼트는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로, LF가 운영하는 패션·뷰티·이커머스·식품 같은 소비 동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라이프스타일 분야뿐만 아니라 디지털과 테크 기반 플랫폼 기업도 발굴해 투자하는 일을 한다. 

오규식 LF 대표이사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영역별 경계가 사라지는 무한경쟁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내부 개발은 물론, 외부에서도 뛰어난 혁신 사례를 찾아 나서고 육성해야 할 때"라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종합적인 지원을 통해 LF와 중소·벤처기업이 지속적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동반성장의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오전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열린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개장행사에 참석한 윤성대 이랜드리테일 대표이사(오른쪽)와 윤후덕 국회의원이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랜드그룹) 
6월15일 오전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열린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개장행사에 참석한 윤성대 이랜드리테일 대표이사(오른쪽)와 윤후덕 국회의원이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랜드그룹) 

의(패션)을 시작으로 식(외식)·주(건설·가구)·휴(호텔·리조트)·미(백화점)·락(엔터테인먼트)까지 6대 사업 영역에 도전해온 이랜드그룹은 1조원 규모로 커진 국내 미술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 5월엔 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갤러리를 열고 미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랜드 헤이리 갤러리는 1층에 330㎡(100평) 규모의 전시관을 열고 지히 작가의 작품으로 첫 전시를 시작했다. 헤이리 갤러리는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단독건물로는 가장 큰 규모다. 미술 전시 공간 외에 3개의 영화 촬영 스튜디오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갤러리 외에도 온라인 갤러리를 비롯한 콘텐츠를 연말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이랜드 측은 "갤러리 개관은 훌륭한 작품 세계를 갖춘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하는 데서 더 나아가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 시장 열쇳말(키워드)로 패션 사업 영역 확장을 꼽은 바 있다. 연구소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급격히 달라진 소비자 일상 때문에, 뒷걸음질 친 패션 시장이 자연스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 이 때문에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경쟁 상대로 같은 콘텐츠 플랫폼 디즈니 채널이 아닌 게임 포트나이트를 꼽는 것처럼, 이제 패션도 스스로의 영역을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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