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은 채웠는데···조선업계, 인력 가뭄에 '발동동'
일감은 채웠는데···조선업계, 인력 가뭄에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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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올해도 목표치 초과달성 무게···고부가 선별 수주
근로자 이탈 극심···근무 강도·낮은 임금·이중구조 원인
노동부, 차선책 마련·추진 속도···"경쟁력 위태해질 것" 우려
삼성중공업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독보적인 친환경 선박 건조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가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수주 사냥에 나서면서 올해도 목표치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감이 늘어난 호황기에도 '인력 가뭄' 현상이 극심해지자 조선업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모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1위 한국조선해양은 이미 지난 7월, 컨테이너선과 카타르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대량 발주 중심으로 도크를 가득 채워 목표치 초과 달성에 성공했다. 이날 기준, 총 166척에 197.3억 달러를 수주했다. 연간 수주 목표인 174.4억 달러의 약 113.1%를 달성한 것이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 84척, 탱커선 2척, 석유제품운반(PC)선 18척, 벌크선 4척, LNG선 41척, 액화석유가스(LPG)선 7척, 자동차운반(PCTC)선 2척, 로로(RORO)선 2척, 특수선 6척 등으로 친환경선 부문에서 활발한 수주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버뮤다와 아프리카 지역 선사로부터 LNG선 4척을 총 1조1651억원에 수주했다. 이를 통해 올해 수주 목표액 88억 달러의 82%(72억 달러)를 달성했다. 특히 LNG선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익성이 높은 선박(LNG선 28척, 컨테이너선 9척) 중심으로 일감 채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목표 89억 달러 대비 81.7억 달러(36척/기)를 수주하면서 벌써 목표 대비 92%를 달성했다. 이 가운데 34척이 이중연료 추진선이라는 점에서 연료 효율은 높이고 이산화탄소와 황산화물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타르 측으로부터 대규모 LNG선 발주 프로젝트가 남아 있고, 러시아 사태로 인해 컨테이너선을 찾는 선주들도 많아짐에 따라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을 갖춘 한국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8만 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8만 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그러나 계약한 선박을 건조하는 등 주요 작업을 처리할 핵심 생산인력이 지속 감소하고 있어 인력난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 전체 종사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9만2687명에 그쳤다. 2014년(20만3441명)과 비교하면 무려 절반 이상이 급감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지난 몇년간 조선업 불황이 닥쳐오면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많은 데다, 그나마 현장을 지키고 있던 근로자들도 강도 높은 근로 환경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임금을 버티지 못해 이직하는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조선 3사 최고경영진(CEO)과 만나 위기에 처한 조선업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조선업 원·하청 간 임금 격차가 상당한 수준이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산업재해와 임금 체불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특히 인력은 청년을 중심으로 가파른 감소세를 나타나고 있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조선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조선업 내 이중구조 문제 해소 △협력사 근로자들의 근로환경 개선 △숙련 인력에 대한 정당한 대우 △외국인력 도입 규모 확대 △청년 인재 양성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현재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조선업 분야의 경쟁력 회복과 산업·고용 구조 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호황기를 맞았지만 글로벌 대외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인력 채용도 쉽지 않고, 하청구조 등 고질적인 산업구조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을 꺼리는 사람들도 워낙 많다"며 "정부와 협력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재가 부족해지면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후퇴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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