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자이언트스텝' 밟았다···"경기침체? 물가부터 잡고보자"
ECB '자이언트스텝' 밟았다···"경기침체? 물가부터 잡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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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전경. (사진= 플리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전경. (사진= 플리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ECB가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p올린 것은 유로화가 탄생한 1999년 이래 두 번째다.

ECB는 8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와 수신금리, 한계대출금리 등 3개 정책금리를 각각 0.75%포인트씩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신금리는 연 0.75%로, 기준금리는 연 1.25%로 높아졌다. 한계대출금리는 연 1.5%가 됐다. 

ECB는 지난 7월 0.5%p 인상(빅스텝)으로 마이너스 금리(예금)와 제로 금리(기준금리) 시대를 끝낸 뒤, 두 달만에 보폭을 더 넓혔다.

ECB가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한 것은 199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ECB는 당시 유로화 출범으로 기술적 조정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0.75%p 인상했다.

ECB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기준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린 것은 물가 상승이라는 발등의 불부터 꺼야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유럽연합(EU)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9.1% 치솟았다. 기존 역대 최고기록이던 7월의 CPI 상승률(8.9%)를 넘어섰다. 유로존 국가의 절반가량인 9개국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프랑스나 독일 등은 6∼8%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에서는 20% 넘게 치솟았다.

ECB는 "현재 평가에 기반하면 차기 몇차례 통화정책회의에 걸쳐 기준금리를 더욱 인상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를 통해 인상요구를 약화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상방위험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CB는 정기적으로 새로 들어오는 정보와 인플레이션 전망치에 기반해 정책금리 경로를 재평가할 것"이라며 "향후 정책금리 결정은 계속해서 회의 때마다 데이터에 기반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8.1%, 내년 5.5%, 2024년 2.3%로 상향조정했다. 동시에 올해 하반기와 내년 1분기에 걸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3.1%로 상향조정한 반면, 내년 0.9%, 2024년 1.9%로 하향조정했다.

한편 ECB는 정책금리 인상 이후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을 통해 매입한 만기 채권의 원금을 재투자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과 관련해서는 2024년 말까지 만기채권의 원금 재투자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날 유럽증시는 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다 ECB의 금리인상 결정이 발표된 후 일제히 하락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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