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9월 들어 공매도 거래대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이 물가 급등을 막기 위해 통화 긴축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은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6거래일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4925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달 1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6784억원으로, 6월 17일(7723억원) 이후 처음으로 하루 6000억원을 넘겼다.
이달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올해 1월 일평균(5752억원)보다는 14.4% 줄었지만, 8월(3494억원)·7월(3641억원)보다는 각각 41%, 35% 증가한 수치다.
7∼8월은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증시가 베어마켓 랠리를 이어왔다. 올해 들어 월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도 8월, 7월 순으로 가장 적었다.
증권가에서는 베어마켓 랠리가 일단락되고 하반기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 공매도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지난달 말 잭슨홀 연설 이후 코스피는 8월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3.9% 하락했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380원을 돌파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한국 시장이 대부분 수출주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공매도 전략을 많이 쓰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이나 유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환율이 급격하게 치솟는 환경에서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고, 무역적자가 나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공매도를 칠 만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한국시장은 개별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하면서 시장 선물을 사서 헤지(위험 회피)하는 등의 다양한 전략 구사가 가능해 신흥시장 내에서 자금을 가장 유동화하기 좋은 시장”이라며 “강달러가 이어질 때 한국시장 공매도가 늘어나는 현상은 과거에도 많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 트레이딩을 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 중 괜찮은 종목을 골라 놓고 관찰하다가 달러나 유가가 급락하는 등 환매수가 들어올 만한 환경에서 해당 종목에 진입하는 방법으로 전략적으로 공매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