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러시아發 가스 대란시 국내산업 생산차질·원가상승 불가피"
한은 "러시아發 가스 대란시 국내산업 생산차질·원가상승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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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의존도 높은 EU, 생산 차질 크고 성장률 하락
겨울철 수요 확대 맞물리면 국내 에너지 수급에도 영향
원유 시추 모습 (사진=픽사베이)
원유 시추 모습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러시아의 대(對) 유럽연합(EU)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가스 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겨울철을 앞두고 가스공급 차질이 심화할 경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는 생산차질 및 수요 둔화가 불가피해 보이며, 성장률도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도 에너지 수급불안, 핵심자본재·중간재 공급 차질 등 거시경제 리스크를 넘어 산업 차원의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15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 관련 EU 생산차질 및 국내산업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남주 조사국 동향분석팀 차장은 이번 보고서 작성 배경에 대해 "러시아발(發) 유럽의 에너지 리스크는 아직까지 우리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주고 있다거나, 임박한 위기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앞서 중국 요소수 사태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산업별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EU 가스공급 차질이 심화할 경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의 위기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EU는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24%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사용량의 36%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이달(1~12일) 중 러시아의 대EU 가스공급 규모(일평균)은 지난해 20% 수준까지 감소했다. 더구나 겨울철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공급 전면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분석을 보면 천연가스 공급차질 발생 시 향후 1년간 EU지역의 경제성장률은 0.4~2.6%p 정도 하락하고, 관련 산업의 생산차질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에도 대EU 수출둔화 등 거시경제 리스크에 더해 산업 차원의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김 차장은 "EU경제의 가스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광범위한 생산 차질이 발생해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국내 산업에는 에너지시장의 수급불안, 주력 산업의 생산차질 및 원가상승 리스크가 적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프= 한국은행)
(사진= 한국은행)

먼저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재고가 예년 평균 수준을 상당폭 하회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과 겨울철 수요 확대가 맞물릴 경우 각국의 LNG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에너지 수급이 불안이 우려된다. 주요 LNG 수출국인 호주(국내 수입비중 21%)가 자국내 공급 부족 우려로 수출제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고, 천연가스 도입가격 인상에 관련 공기업의 수익성 악화 및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EU에서 광범위한 생산차질 발생 시 조선·반도체·자동차에서 EU산(産) 핵심 자본재·중간재 공급부족에 따른 생산차질이 우려되며, 화학·철강 등은 생산원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일부 자본재(반도체장비·선박엔진) 및 중간재는 EU의존도가 높고 대체도 어려워 공급 부족 시 국내에서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핵심 반도체제조용장비를 세계 유일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사(社)에 전량 수입하고 있다. 또한 화학·철강 등은 원재료 등의 가격 상승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발 가스 리스크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고, 적극적인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참여하면서 해외 공급망 충격에 상당 부분 노출된 우리 경제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에너지 수급안정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큰 수입 품목들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재고 확보, 수입선 다변화, 해외 공급망 정보 확보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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