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스프레드 12년래 최고···회사채 급랭·기업 자금조달 '비상'
신용스프레드 12년래 최고···회사채 급랭·기업 자금조달 '비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예측 잇따라 미달···금리 1년새 2%p 급등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글로벌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고강도 긴축정책에다 경기 침체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 /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꺾기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회사채 시장에서는 연 6%를 훌쩍 넘는 고금리를 제시해도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자금 조달 여건을 나타내는 지표인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12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발행된 회사채의 평균 표면 금리는 3.86%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2.80%)보다 38%나 증가한 수치다. 표면금리가 0%인 전환사채(CB) 등을 발행한 곳을 제외하면 이달 수치는 5.11%로 오른다. 주식 뿐 아니라 회사채에 대해서마저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한 달 새 평균 표면 금리가 1%p 넘게 오른 것이다.

회사채 무보증 3년물(AA-) 금리는 올해 초만 해도 2.4%대였다. 그러나 이달 19일 연 4.751%까지 올라섰다. 이는 2011년 2월 9일(연 4.7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요예측도 크게 줄었다. 이달 회사채 발행시장에서는 삼척블루파워(A+/안정적)와 한화투자증권(AA-/안정적), SK(AA+/안정적) 등 3개 기업 만이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수요예측에서 모인 투자수요도 1조2760억원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삼척블루파워 수요예측에서는 모집액 2400억원 가운데 매수 주문은 불과 50억원에 그쳤다.

1조원 이상 주문이 몰린 곳은 SK 뿐이다. SK의 모집액은 2000억원이었지만 모집 규모 대비 5배의 주문이 몰렸다. 흥행에는 성공한 듯 하지만, 금리가 불과 10달새 2%p 넘게 급등하면서 자금 조달 비용은 급격히 늘게 됐다. SK가 제시한 회사채 금리는 3년물 기준 지난해 11월 연 2.5%에서 이달 연 4.713%로 껑충 뛰었다.

이달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던 교보증권(AA-/안정적)은 아예 발행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회사채 발행 기업 수가 무려 20여곳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6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9월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AA-/안정적)를 비롯해 포스코케미칼(AA-/안정적), 신세계(AA/안정적), LG디스플레이(A+/안정적), LX하우시스(A+/안정적) 등 20여개사가 4조8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다. 발행 금액으로 비교해도 올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기대감이 제기되면서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대한항공 등이 발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잭슨홀 미팅에서 긴축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힌 이후 회사채 시장은 급격히 냉각되는 분위기다. 

특히 보험사, 은행 등 금융채에 대한 외면 현상은 한층 심화되는 분위기다. 금리 변동성이 커진데다 최근 들어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이 몰리면서 일반 회사채보다도 더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14일 열린 한화손해보험의 85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A+) 수요예측에 기관들은 주문은 10억원에 그쳤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 후 5년째 되는 해에 기관들이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콜옵션이 달려 있는 채권이다. 공모 희망금리로 최대 연 6.50%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매각됐다.

이달 7일 제주은행의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A+)에서는 110억원의 자금만 들어왔다. 

지난달 25일 열린 롯데손해보험의 1400억원 규모 후순위채(A-) 수요예측에서도 미매각은 피할수 없었다. 주문이 970억원에 그치며 30% 정도 미매각이 발생했다. 

금리 인상 부담 뿐 아니라 경기침체 리스크까지 반영되면서 회사채 금리는 국고채 대비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이로 인해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지표인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공모(무보증) 'AA-'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지난 19일 99.7bp다. 이는 2010년 12월 7일(101.6bp) 이후 최고 수준이다.

크레디트 스프레드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종전보다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오는 분위기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