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대금리차, 이달부터 '정책서민금융' 빼고 공시
은행 예대금리차, 이달부터 '정책서민금융' 빼고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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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대출 많을수록 예대금리차 높아지는 '통계착시'
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대출2, 이번 공시부터 제외
시행 한달 만에 공시제도 수정···누더기 변질 우려도
서울 한 은행의 대출창구 앞.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은행의 대출창구 앞.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이달부터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제외한 은행 예대금리차가 공시된다. 정부 정책에 부응해 서민금융상품을 많이 취급한 은행일수록 예대금리차가 크게 나오는 '통계 착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경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는 은행들이 8월 취급한 대출·예금에 대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차이)가 공시된다.

이달부터는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페이지에 전체 가계대출에서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제외한 예대금리차가 추가로 공시된다. 현재는 전체 대출(가계+기업)에 대한 예대금리차와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만 공시하고 있다.

예대금리차 공시 시행 한 달 만에 제도를 수정한 이유는 예대금리차 산정 과정에 금리가 높은 서민금융상품이 반영되는 게 불합리하다는 은행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서민금융상품을 많이 취급할수록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구조인데, 현재의 공시 제도로는 이러한 세부사항을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이자장사'를 많이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서민금융상품을 많이 취급한 은행을 중심으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실제 지난달 예대금리차 공시에서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신한은행이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다른 은행들 대비 서민금융대출을 많이 취급한 데 따른 결과다. 예대금리차를 의식한 은행들이 '이자장사' 오명을 피하기 위해 서민금융상품 취급을 줄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이달부터 공시에서 제외되는 서민금융상품은 △햇살론뱅크 △햇살론15 △안전망대출Ⅱ 등 3가지다. 일반적으로 서민금융상품의 금리는 10%대로, 일반 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를 크게 웃돈다. 이번에 예대금리차 공시에서 제외되는 서민금융상품 금리의 경우 △햇살론뱅크 연 2.9~6% △햇살론15 연 15.9% △안전망대출Ⅱ 연 17~19%다.

이들 상품은 서민금융진흥원에서 100% 보증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으로, 다른 서민금융상품들과 다르게 대출에 대한 보증료를 은행이 후취하는 구조다.

통상 대출을 받을 때 대출자는 보증기관에 대한 보증료를 선납해야 한다. 이와 달리, 이들 3가지 상품은 보증료 선납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자가 매달 내야 하는 이자에 일정 금액만큼을 녹여 후취하도록 만들어졌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당장 큰 금액을 선납하지 않아도 돼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자가 부담해야 할 보증료가 매달 추가 돼 금리 자체가 높아지는 착시가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이들 3가지 상품을 많이 취급할수록 평균 대출금리가 올라가고,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3가지 상품의 경우 금리가 16% 정도인데, 은행들은 그 중 3~4%만 받고 나머지 12% 정도는 보증기관에 납부하게 된다"며 "다른 보증상품들은 보증료를 선취하는데 3가지 상품은 은행들이 보증료를 후취하다 보니 금리 형평이 맞지 않아, 이번에 예대금리차 공시에서 제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은행들 요구에 따라 한 달 만에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수정되는 것을 두고 누더기 공시로 변질되는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서민금융상품 뿐만 아니라 자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린 은행들 사이에서도 예대금리차 공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 이같은 은행 요구를 번번이 공시에 반영하면 오히려 소비자 편의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소비자가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도 취지가 퇴색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에 서민금융이 빠진 예대금리차 공시가 나오면 분명히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온 또다른 은행에서 다른 이유로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올 게 분명하다"며 "은행 반발이 워낙 크다 보니 이런저런 요구를 다 들어주다 보면 누더기 공시가 될 게 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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