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IT기술 도입, 사무직 고령 근로자 퇴직위험 3.62배 높여"
한은 "IT기술 도입, 사무직 고령 근로자 퇴직위험 3.62배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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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경제연구 '기술 도입이 고령자 퇴직위험에 미치는 영향'
"기술 도입, 전반적인 고용유지 효과↑···연령별 효과 상이해"
(사진= 플리커)
(사진= 플리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자동화·인공지능(AI) 등 새로운 IT기술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이같은 기술의 도입은 근로자의 퇴직 위험을 낮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50세 이상의 고령층에게는 큰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고, 동시에 사무 직종 등으로는 고령 근로자의 퇴직 위험을 절대적으로 높였다.

한국은행은 20일 발표한 'BOK경제연구'에 실린 '기술 도입이 고령자 퇴직위험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정종우 한은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면서도 생산성 증대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이중적 역할'을 하는데, 연령대별로 기술의 영향력이 상이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근로자들이 현재 근무하는 기업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고용상태를 유지(생존)하는지 알아보는 생존분석을 통해 기술 도입이 근로자의 퇴직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새로운 자동화 기술 도입 △IT 투자 확대 △IT 관련 장비구입 증가 등의 기술 도입 등은 전반적으로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진단했다. 기술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증대가 노동수요를 증대시키고, 고용을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 도입은 젊은 근로자에게 더욱 우호적인 환경이었으며, 점차 확대되고 있는 고령 근로자에게는 퇴직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실제 연령대로 보면 자동화 기술 도입(IT 관련 장비구입)으로 인해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은 0.88배로 나타났는데, 이는 젊은 근로자(0.77배)보다 높았다. 기술 도입의 긍정적인 영향이 젊은 근로자에게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직종 및 퇴직사유에 따라서는 기술 도입이 고령근로자의 퇴직위험을 절대적으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체적으로 자동화 기술 도입은 사무직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3.62배 높였는데, 이는 젊은 근로자의 1.3배 수준이다. 아울러 IT 관련 장비구입은 고령 근로자의 비자발적 퇴직(경영상 사유로 인한 해고 등 근로자 의사와 무관한 퇴직) 위험을 1.48배로 높였지만, 젊은 근로자에게는 영향이 없었다.

정 부연구위원은 "IT 장비 구입이 고령 근로자의 비자발적 퇴직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결국 사용자가 고령 근로자를 더 이상 고용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중 사무직 근로자들의 경우 모든 근로자들의 퇴직 위험을 높였으며, 특히 고령 근로자들의 퇴직 위험을 더욱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구감소에 대비해 노동력 유지를 위한 정책 수립 시, 기술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근로자 연령에 따라 상이할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새로운 기술 도입 시 고령자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원인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15년 초 기준 3033개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25~69세) 96만2404명을 대상으로, 기업별 기술 도입 후 3년간(2015~2017년) 근로자의 고용 상황(퇴직 여부)을 추적·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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