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대어' WCP마저 흥행 참패···침체 깊어진 IPO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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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하단 기준 25% 낮춰···기관 대부분은 희망가 밑도는 가격 제시
컬리·케이뱅크 등 '대어' 상장 시기 고심···"현실적으로 연내 쉽지 않아"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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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상반기 부진을 딛고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되레 위축되는 모습이다. 하반기 '최대어'로 꼽힌 더블유씨피(WCP)가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에 공모가를 희망가 하단보다 크게 낮췄다. 부진한 시장 상황이 장기화한 영향인데, 올해 상장 추진 중인 기업들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분리막 전문 기업 더블유씨피는 지난 14~15일 진행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6만원으로 확정했다. 기존 희망 가격(8만~10만원)보다 25~40% 낮은 수준이다. 경쟁률은 33.28대1에 그쳤으며, 수요예측에 참여한 759개 기관 중 88%에 달하는 669개 기관이 희망가를 밑도는 가격을 써냈다.  

공모 주식 수도 기존 900만주에서 720만주로 20% 줄였다. 이에 따라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기존 2조8000억~3조4000억원대에서 2조218억원으로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금리인상 등 긴축 우려 등 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WCP 공모가가 비싸다는 지적이 더 부각됐다"며 "앞서 IPO에서 나선 2차전지 관련주가 약세장에도 선방하면서 더블유씨피도 기대했지만, 흥행실패 결과를 받아들었다"고 말했다. 

상반기 IPO 시장은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대어'들의 잇단 상장 철회로 한파를 이어갔다. 증시 침체 국면에서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제반 여건을 고려해 상장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하반기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부진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가치 최대 10조원으로 추산됐던 현대오일뱅크가 주식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2012년과 2019년에 이어 세 번째로 IPO를 철회했다. 카셰어링(차량공유) 플랫폼 업체 쏘카는 지속 제기되는 고평가 논란 속 수요예측과 청약 참패한 뒤 상장을 강행했다. 하지만 주가는 연일 신저가를 경신, 상장 한 달 도 안돼 공모가 대비 33% 급락했다.

IPO 시장이 예상보다 더한 침체 양상이 이어지자, 상장을 계획 중인 기업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대어'로 거론되는 기업들 중에는 신선식품 새벽 배송 기업 컬리는 지난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케이뱅크는 이날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적격 확정 결론을 받았다. 

케이뱅크의 경우 상장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확장을 위해 IPO 필요성이 나오지만, 최근 증시 부진 국면 지속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공모 시점을 내년으로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탄력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현실적으로 케이뱅크 연내 상장은 쉽지 않다"면서 "최근 주식 시장 부진과 더불어 특히 성장주 약세가 지속되고 있고, 투자자들의 케이뱅크 예상 IPO 가치는 4조 원 수준에 불과한 반면, 최소 7조원대를 목표하고 있는 KT 경영진 입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상장을 추진할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

중소형사 중에선 알피바이오와 샤페론 등 바이오 기업과 국내 유일 페길레이션 기술 개발업체 선바이오, 플라즈맵 등이 올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기술력과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상장 적기로 자신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에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IR사 한 관계자는 "재무상황과 성장성 등이 입증된 기업이라도, 증시가 침체 양상이 지속된다면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면서 "상장을 강행하더라도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이 이어진 선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성장주의 경우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상존한 상황에서 공모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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