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월요일, 환율 1430원 돌파·코스피 폭락 '연중 최저'
검은 월요일, 환율 1430원 돌파·코스피 폭락 '연중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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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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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조아 유은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에 대한 우려와 영국 금융시장 불안 여파 등의 영향으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26일 코스피는 3%대 급락하며 종가 기준 연저점을 경신했고, 코스닥은 5%대 하락하며 2년4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22원 이상 폭등하며 1431원선을 넘어섰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메시지가 달러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례적인 수준인 1435.1원까지 고점을 높이다 1431원대에서 마감했다. 환율이 1430원선을 넘어선 것은 약 13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달러 강세와 주요국 통화 약세 흐름이 주효했다고 판단하며, 이제 환율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추세적인 흐름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9.06p(3.02%) 내린 2220.94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29.20p(1.28%) 하락한 2260.80에 출발한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7월 27일(2217.86) 이후 2년 2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 여파와 영국발(發) 경기침체 이슈까지 더해지며 코스피, 코스닥이 모두 급락했다"며 "특히 코스닥 지수는 2년3개월 만에 700선을 하회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의 대규모 감세정책 발표에 파운드화가 급락했고, 이에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현상이 심화되며 원·달러 환율은 1430원을 돌파했다"며 "신저가 종목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 인수설에 따라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주체별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446억원, 35억 원어치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은 홀로 2789억 원어치 사들였다. 프로그램 매매에선 차익거래 매수, 비차익거래 매도 우위를 보이며 총 1501억3400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대부분 하락했다. 건설업(-5.68%), 기계(-5.62%), 비금속광물(-5.18%), 철강금속(-4.94%), 금융업(-3.86%), 유통업(-3.28%), 증권(-3.52%), 제조업(-2.95%), 서비스업(-2.57%) 등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시가총액 상위주는 모두 하락했다. 삼성전자(-1.10%), LG에너지솔루션(-3.04%), SK하이닉스(-1.20%), 삼성SDI(-2.13%), 삼성바이오로직스(-1.56%), 현대차(-4.20%), 카카오(-2.13%), KB금융(-5.97%), POSCO홀딩스(-4.87%) 등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 시장에서 상승종목이 34곳, 하락종목이 891곳, 변동없는 종목은 6곳이다.

코스닥지수는 전일대비 36.99p(5.07%) 내린 692.37에 마감했다. 전장보다 9.76p(1.34%) 하락한 719.60에 출발한 지수는 개인의 매도세에 5%대 하락했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 2020년 5월18일(690.85) 이후 2년4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도 모두 떨어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1.56%), 에코프로비엠(-8.70%), 펄어비스(-2.25%), 에코프로(-5.83%), 천보(-6.09%), 오스템임플란트(-4.85%), 리노공업(-4.76%), 셀트리온제약(-4.27%), 카카오게임즈(-1.75%) 등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22.0원 오른 달러당 1431.3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장중 142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31일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은 미국의 긴축 기조와 주요국 통화의 약세에 영향을 받아 오전 9시 전거래일보다 9.7원 오른 1419.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어 개장 직후 불과 몇분만에 1420원대를 돌파했다. 이후 오전 11시12분께 1430원을 기록했고 오후 내내 상승세를 보이다 장중 1435.1원을 찍으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붕 없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환율은 미국의 긴축 기조에 따른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에 기인한다.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데다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인 발언과 시그널이 많았던 탓에 이날 달러화는 장 초반부터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환율이 장중 143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17일 이후 약 13년 6개월여 만이다.

달러 가치는 연준이 올해 한번 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내비친 이후 지속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준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에서 연말 금리를 4.40%로 예상,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총 1.25%포인트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후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13선까지 돌파하며 20여 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결정에 대해 사실상 달러 초강세 상황을 용인한 것이라고 봤다. 미국 입장에서는 강달러로 인플레이션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고, 안잔자산으로 위상도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주요국 비(非)달러 통화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감세 정책을 발표한 직후 파운드화는 재정건전성 우려와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 가치가 급락했다. 

원화와 동조되는 위안화도 달러 대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7위안선이 무너진 이후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날 인민은행은 기준 환율 성격의 중간 환율을 로이터 시장 전망치보다 0.0279위안 오른 달러당 7.0298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가 오른 것은 위안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음을 뜻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강달러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데 미 연준의 결정을 보면 강달러를 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달러 수요를 누를 수 있는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이날 파운드, 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도 약세를 보이자,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도 약세 흐름에 동조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조만간 145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강달러 흐름을 잠재울 수 있는 뚜렷한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이나 내수경기가 악화될 경우 '달러 강세, 원화 약세' 기조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수출이나 펀더멘털로 본다면 연말께 환율이 1450원선을 형성할 수 있지만, 통화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워낙 커 상단 자체가 아예 열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연구원은 "현재 외환시장에는 위기 회피 심리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경기가 완만한 둔화를 보일 경우 연말에 1450원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리스크가 오게 되면 펀더멘털이 흔들리게 되고 상단 자체가 열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이 모두 소용돌이 속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 같이 협조해 뗏목을 만들 수 있다면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어설프게 개입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오름세를 지속하다가 올해 연말이되면 1450원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원달러환율 상승 요인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시사한 이후 3년물 국고채 금리가 연고점을 뚫는 등 채권 시장의 파장도 커지고 있다. 회사채 투자 심리는 12년만에 가장 위축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나오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3%를 돌파하고, 오후 들어 오름세가 지속되다 결국 전 거래일보다 34.9bp 오른 연 4.548%에 장을 마쳤다.

전날 연고점인 4.199%를 하루 만에 넘어선 것이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전날 기록한 연고점을 넘어서며 연 4.335%로 22.3bp 상승했다. 실제로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인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 AA-등급, 3년물 기준)도 연준의 발표 이후 100.2bp로 약 12년 만에 다시 세자리 숫자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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