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저축성보험' 등장···금리 폭등기, 금융권 '머니게임' 가열
'4%대 저축성보험' 등장···금리 폭등기, 금융권 '머니게임'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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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뭉칫돈' 일시납 유치···리스크도 커
푸본현대·한화·흥국·동양·하나 등 잇단 출시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금리 급등기를 맞아 시중 유동자금 유치를 위한 금융업종간 금융회사간 머니게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현대푸본생명이 쏘아올린 '4%대 저축성보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화된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하반기부터 생명보험사들이 4%대 금리를 제공하는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지주 보험계열사 중에서는 하나생명이 가장 먼저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전에 뛰어들었다.

생보사들의 고금리 저축성보험 유치는 과거 금리상승기에도 외형확대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저축성보험은 보험의 근본원리인 '보장'에 근거하기보다는 '금리'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어서 리스크가 크다는 부담이 있다. 부동산, 증시 등 자산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4%대 고금리로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운용 측면에서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의 외형 확대를 위해 무분별하게 유치 경쟁에 나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생명은 지난 26일 4.1%의 확정이율을 적용한 5년만기 일시납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 상품 '하나VIP확정금리저축보험'을 선보였다. 이는 지난 7월 신규 출시된 상품이 리뉴얼된 것으로, 2개월 만에 적용 이율이 4.1%로 올랐다. 

저축성보험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일단 4% 저축성보험 시대를 연 곳은 푸본현대생명이다. 앞서 푸본현대생명은 지난달 말 5년 만기, 1000만원 이상 일시납 조건으로 4%의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MAX 저축보험 스페셜 무배당'을 출시했다. 보험업계에서 첫 4%대 고금리 상품이 나온 만큼,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판매 3일 만에 완판됐다.

이후 4%대 저축성보험 상품 출시에 눈치를 보던 보험사들도 관련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달 13일 '생보사 빅3' 중 하나인 한화생명에서도 4% 확정금리형 저축성보험이 나왔다. 해당 상품도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달 16일부터 방카슈랑스 4.2% 확정금리형 저축성보험을 선보인데 이어, 동양생명도 22일부터 연 4.5% 확정금리 저축성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모두 만기 5년에 보험료를 한 번에 납입하는 일시납이며,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보험을 판매하는 상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4%대 저축성보험 출시를 놓고 회사마다 눈치를 보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해당 상품이 시장에 나오면서 4%대 저축성보험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며 "저축성보험 판매는 주로 은행에서 이뤄지는데, 방카슈랑스는 회사별로 판매비중 한도도 있고 금리가 높은 상품을 우선으로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보험사들이 조금이라도 높은 이율을 제공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성보험은 예·적금과 비슷하지만 보험성격이 가미된 상품으로, 보험사와 계약자가 약속한 시점이 도래하면 보험회사가 사업비와 위험 보험료를 제외하고 일정 금액을 계약자에게 지급한다. 금리 부가 방식에 따라서는 '금리확정'과 '금리연동'으로, 납입방법에 따라서는 '월납'과 '일시납'으로 나뉜다. 그동안 저축성보험은 소비자 입장에선 목돈을 모으기 위한 상품으로, 보험사 입장에선 고액 일시납계약이 많은 만큼 외형성장에 도움이 되는 상품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일시납 저축성보험은 한번에 돈이 들어가는 만큼 금리가 0.1%포인트(p)만 오르더라도 자금 움직임이 크게 나타난다. 금리가 조금만 높게 책정돼도 기대 수익에 영향을 미쳐 이율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금융소비자들이 금리 상승기에 펀드나 주식투자 같은 고위험 상품을 대신하면서도, 예·적금 상품보다 높은 금리를 확정해서 주는 보험사의 저축성 보험을 많이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험사 입장에서도 저축성보험 인기가 내심 반가운 모양새다. 저축성보험은 보험료를 한 번에 내는 일시납 상품 비중이 높아 보험수익과 자본확충 측면에 도움이 되는 데다, 이전에 팔았던 저축성보험의 만기 시점도 도래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세제혜택이 개편되는 시점을 앞두고 판매가 급격히 증가했었는데, 그때 5년 만기 고금리 상품에 가입했던 소비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다만 이차역마진 문제는 보험사에 큰 리스크다. 저축성보험은 운용자산이익률이 고객에게 약속한 최저보증이율이나 확정이율 보다 떨어지면 역마진이 발생하는 구조다. 또 내년 신 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을 앞둔 중요한 시기인 만큼, 건전성을 잡아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선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보험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직 4%대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내놓지 않는 다른 생보사들은 당장 출시 계획이 없지만, 금리 등 시장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이후 상품 출시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삼성·교보생명은 4%대 저축성보험 상품 출시에 대해 당분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 금융지주 보험계열사인 신한라이프도 해당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NH농협생명 역시 출범 이후 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을 판매한 이력이 없고, 금리 변동형 상품만 지속 취급할 예정이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고금리 저축성보험의 경우 회사별로 상황이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돈이 조금 급한 회사는 금리를 좀 더 세게 가져가는 구조가 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금리 경쟁을 세게 하지 않아도 되는 회사는 상대적으로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며 "금리가 지금처럼 계속 오른다고 했을 때 고객들이 돈을 빼서 은행에다 넣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금리향방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어 각 사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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