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부터 갚자"···5대은행 가계대출 9개월째 '뒷걸음'
"빚부터 갚자"···5대은행 가계대출 9개월째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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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한달새 1.3조원 감소···올해만 14조원↓
신용대출 최고금리 8% 돌파···주담대는 7% 넘어
가계대출 성장 요원···기업대출로 눈돌리는 은행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붙은 대출안내판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붙은 대출안내판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9개월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고육책을 내놨지만 시중금리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보니 가계대출 역성장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3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830억원으로 전월 말(696조4509억원)보다 1조3679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계속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12월 말 잔액(709조529억원)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가계대출은 13조9699억원 줄었다.

대출상품별로 보면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이 125조5620억원으로 전월(127조6139억원)보다 2조519억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507조3023억원에서 58조3777억원으로 1조754억원 늘었다. 전세자금대출(은행재원)도 133조9080억원에서 134조1976억원으로 2896억원 증가했다. 주택 관련 대출이 늘어날 때 신용대출이 대폭 줄면서 전체 가계대출 감소를 이끌었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역성장의 원인을 금리에서 찾고 있다.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을 빌리는 사람은 줄고 갚으려는 사람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담대·전세대출보다 금리가 더 높고, 상대적으로 갚기 쉬운 신용대출의 상환 속도가 빠르다는 게 공통적 의견이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조치가 시장금리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가계대출 역성장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대표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금융채 1년물 기준 연 5.40~8.12%를 기록했다. 금융채 6개월물 기준(연 4.87~7.48%)으로도 최고금리가 7%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주요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3~4%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1년도 안돼 금리가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주담대 금리도 높긴 마찬가지다. 같은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코픽스 6개월)는 연 4.50~6.775%, 고정(혼합)금리는 연 4.96~7.06%를 기록했다. 글로벌 긴축 강화 기조에 금리가 더 오른다면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내 8%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주담대 금리가 8%대를 기록했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이 마지막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신용대출은 금리 레벨이 주담대보다 높기 때문에 금리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데, 실제로 최근 신용대출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추세"라며 "주담대나 전세대출 잔액은 소폭 늘었지만 상환일정에 따른 결과일 뿐 실제로는 주택구매 수요가 많이 줄었고, 분양시장이 위축돼 PF대출도 안해주기 때문에 신규대출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성장이 요원해지자 은행권은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5대 은행에서만 기업대출이 7조원가량 늘면서 가계대출 감소분을 만회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694조8996억원으로 전월(687조4270억원)보다 7조4726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기업들 운전자금 수요가 많이 늘었다"며 "금리 영향으로 당분간 가계대출 성장이 어려울 예정이어서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는 은행들도 기업대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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