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3고 시대 한국호 운전하기
[홍승희 칼럼] 3고 시대 한국호 운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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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이른바 3고로 우리 사회의 고통이 심하다. 여기 더해 최근 몇 달간 수출실적마저 부진해지며 출구 찾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실업률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도 않고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오히려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그로인한 실업률은 더 높아지는 기미를 보인다. 높은 환율은 대다수 국민의 소득을 갉아먹고 있고 거기 더해 물가까지 치솟으니 소비위축이 불가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한국은 새로운 출구로 여겨지던 첨단산업 등에서 미국의 견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고 있다. 미국의 패권주의적 진영구축 전략에 스스로 휩쓸린 한국은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멀어져가고 있어서 미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우방이라는 이유로 미국에 배를 보인 뒤에 뒤통수를 맞고 있으면서 미국보다 더 큰 시장으로 그간 꾸준히 무역흑자를 기록해왔던 중국시장에서 몇 달간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새로운 경제 파트너로 관계를 빠르게 진전되던 러시아와의 관계도 미국의 요구로 뒤틀리고 있다.

미국은 현재 한국을 경제적으로는 견제해야 할 상대로 여기며 손발을 묶으려 들고 그동안 강조돼왔던 안보분야에서의 협력은 줄어들고 한반도문제에서조차 한국 패싱의 징후들이 나타나며 오히려 한국군을 미군의 영원한 용병으로 여기는 태도를 숨기지 않는다. 빠르게 성장해온 한국인만큼 칼날 위를 걷듯 조심스러워야 할 국제관계를 조폭조직의 똘마니처럼 미국에 무조건 충성맹세하면 보호받을 거라는 식의 안일한 대응으로 전환함으로써 국제적 호구로 전락할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는 꼴이 됐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외교와 통상이 협력하지 못함으로써 잃는 것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미국이 보이는 대외정책의 핵심은 미국의 경제다. 이는 인류의 역사 전반에 걸쳐 늘 반복되어 왔던 일로서 전혀 새로운 모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사회는 이를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내 밥그릇을 빼앗는 우방이 있을 수 없다. 아무리 강한 상대여도 거래의 주도권을 쉽사리 내줘서는 결코 상호 대등해야 성립할 수 있는 '우방'이 될 수 없다.

현 정부 들어와서부터 경제정책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경제라는 말 자체가 경세제민(經世濟民) 즉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을 뜻하듯 국민의 삶을 지키고 향상시키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아야 하는데 그 국민을 단지 부의 집중을 돕는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정책들이 너무 자주 튀어나온 탓이다.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 속에서 특히 한국 정부의 대응은 너무 구태의연해서 불안하다. 시대는 위기를 겪는데 전쟁시대에 평화시대의 구태를 보여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정부 당국에게 충고한다. 우선 낡은 경제이론의 틀에 얽매이지 말라.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라. 격변의 시대에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며 지금은 바로 그런 시기다.

또한 한국의 변화된 국제적 위상과 내재적인 힘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라. 워낙 빠른 성장을 하다보니 스스로 얼마나 커졌고 국제사회는 또 우리를 향해서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종종 망각하는 이들이 적잖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의 대열에 섰고 더 이상 산업화에 앞섰던 다른 국가의 등만 보고 따라갈 단계는 지났다. 그 사실을 명확히 자각할 때 국제적 호구를 면할 수 있다.

더해서 현재의 상황이 위기임을 인정하고 2%대의 저성장을 당연하게 받아들여라. 군사적 위기의 시대에는 군사력을 집중시켜야 하듯 위기의 시대에는 사회적 재화를 국가적 자산으로 모아야 한다. 저마다 총 들고 개척지를 향하던 미국과 다른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이 신자유주의의 틀에 포획돼 어설프게 민영화를 노래할 일이 아니다.

끝으로 특히 현 정부 들어 불안해 보이는 것 중 하나가 거친 정책조정 및 조율능력이다. 능숙한 운전자란 핸들은 물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도 미세조정을 잘하는 운전자를 말한다. 모든 정책을 내놓기 전에 좀 더 섬세하게 가다듬는 성실함을 보여주면 국민들의 불안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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