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개월째 주춤했지만 10월 금통위 '빅스텝' 유력, 왜?
물가 2개월째 주춤했지만 10월 금통위 '빅스텝' 유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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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대 고물가 지속"···물가안정 대응 여전히 중요
OPEC+, 원유 감산 정책 역시 물가안정에 부담 요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은 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일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7월에 이어 다시 한 번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가팔라지는 경기 침체 가능성과 누적된 금융불균형은 통화긴축 행보를 제약할 수 있다. 하지만 5%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여전히 물가 안정을 위한 대응이 더욱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의 고강도 긴축 기조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한·미 간 내외금리차를 제한하는 데 더욱 중점을 둘 것이란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2일 열릴 통화정책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5%에서 3.0%로 0.5%p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물가가 2개월 연속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아직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기조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5일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5.6% 올랐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 6.3% 상승해 과거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점을 찍었으나, 8월(5.7%)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가 소폭 꺾인 상황이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 등 에너지 부문의 상승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가 진정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은 둔화했으나,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9.0% 증가하는 등 근원물가(에너지·음식류 제외)는 4.5%를 기록해 전월(4.4%)보다 오름폭이 더욱 확대됐다. 품목별 증가율에서도 물가지수에 포함된 458개 주요 품목 중 6%가 넘는 품목은 204개로 전체 품목의 44.5%를 차지했다.

미국과 같이 국내에서도 수요발(發) 인플레이션이 에너지 부문뿐만 아니라 전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한은 역시 물가 발표 직후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환석 부총재보는 "근원물가, 기대인플레이션(4.2%) 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유가가 빠르게 내리자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유가 방어를 위해 오는 11월부터 원유 생산 규모를 하루 200만배럴씩 대폭 줄이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00원 위로 안착했다는 점도 상당한 물가 불안요인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상승압력을 가할 수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되기 위해서는 유가하락이 중요하지만, 유가는 단기 저점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OPEC+의 감산 정책으로 인한 시장의 영향은 클 수 밖에 없고, 유가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둔화는 감소할 것이다. 또 이달부터는 전기세와 가스비가 재차 인상되면서 물가상승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역대급' 고강도 통화긴축 기조를 내비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마냥 지켜볼 수도 없다. 연준은 기준금리가 올해 4.4%, 내년 최대 5%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 등 강력한 긴축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미 한미 간 내외금리차가 0.75%p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한은이 이달 기존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인 '베이비스텝'(0.25%p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내달 상황에 따라 한미 간 금리차는 최대 1.25%p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는 곧 자본유출 압력으로 이어져 원화 약세·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고, 환율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물가상승압력 등이 가중될 수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다만, 긴축 보폭을 넓히는 데 있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누적된 금융불균형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로, 세계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미 높아진 금리 수준에 대출금리는 8%대를 넘보고 있고, 금리가 올라설 때마다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가 3.0% 수준으로 올라설 경우 가계 이자부담은 연간 54조2063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경기 침체 우려로 부동산 시장에도 한파가 일고 있는데,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대부분 부동산 시장에 묶여 있는 만큼 부동산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할 경우 연쇄 충격이 일 수 밖에 없다.

또 최근 부도 의혹에 휩싸인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이슈가 확대되는 등 연말에 접어들수록 세계 중앙은행들은 물가보다 금융 안정으로 관심이 옮겨질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 안정을 위한 대응이 더욱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상품 가격 상승세는 둔화되고 있으나, 서비스 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물가는 여전히 5%대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라며 "연준 역시 아직까지 정책 전환 기대를 주지 않고 있다. 기대인플레를 계속해서 낮춰나가기 위해서는 (한은도) 금리 인상 막바지라는 인식을 주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관건은 11월 추가 빅스텝 인상 여부"라면서 "10월 이후에도 달러 강세와 인플레 부담 등의 매크로 환경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하면 11월에도 한국은행은 미 연준의 75bp 인상에 따라 빅스텝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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