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전세난 본격화···2년 전 시세보다 싼 전세 매물 속출
서울 역전세난 본격화···2년 전 시세보다 싼 전세 매물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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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전망대에서 본 서울 아파트와 주택단지. (사진=김무종 기자)
망우전망대에서 본 서울 아파트와 주택단지. (사진=김무종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전세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 가격이 2년 전 거래가보다 떨어진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고액 전세가 많은 강남권도 물건이 쌓이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이 본격화한 모습이다.

11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2년 전 가격보다 싼 전세 물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으로 급등한 전셋값이 2년 만에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비강남권은 물론 고액 전세가 많은 강남권도 전체 물건이 적체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2020년 9∼10월 이 아파트의 전세 계약 금액이 최고 13억∼14억원이었는데 현재 전세 물건은 1~2억원 떨어진 12억원 선에 나오고 있다. 잠실 엘스 전용 84㎡도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전세물건의 시세가 11억∼12억원 수준으로, 2년 전에 최고 12∼14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1억원 이상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재건축 단지로 전셋값이 비교적 낮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2년 전 시세보다 낮은 물건이 등장했다. 전용 76.79㎡의 경우 2년 전 전세 거래가가 최고 7억∼8억원인데 현재 전세 6억8000만∼7억원대 초반에 전세가 나와 있다.

중저가 전세 수요가 많은 강북도 최근 전세 매물이 적체되고 있다. 강북구 미아센트레빌 전용 59.96㎡는 2년 전 전셋값이 최고 4억4000만∼5억원까지 거래됐는데 현재 이 수준인 4억5000만∼5억원에 전세물건이 나와 있다.

최근 전셋값 하락은 계약갱신청구권, 상생임대인 제도 등으로 재계약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연 6∼7%대까지 치솟으면서 이사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대출 금리가 단기에 오르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팔라진 것도 전세 적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빌라·다세대 등을 중심으로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깡통전세' 위험이 커진 가운데 서울을 포함한 아파트 시장의 역전세난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전셋값이 계속해서 하락하면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한 갭투자자 등 일부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서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한 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입주 물량이 집중되는 곳은 역전세난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고금리, 매매가 하락 등의 여파로 전세가격도 약세가 이어지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간 임대차 분쟁도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임차인 피해에 대비해 역전세난 지역과 깡통전세 우려 지역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발 빠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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