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연간 누적 1.1조 감소····기업 9.4조 '9월 최대'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수신금리 급등으로 9월 한 달 간 은행권 정기예금에 33조원 가까운 시중 부동자금이 몰렸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반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2000억원 감소 전환했다. 9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첫 감소다. 부동산 거래가 끊긴 주택담보대출은 오름폭이 1조원 밑으로 내려섰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9월 중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9조4천억원 증가해 9월 기준으로 2009년 6월 통계가 시작된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한은이 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천245조4천억원으로 전월말 보다 36조4천억원 증가했다.
특히 정기예금이 32조5천억원이나 급증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반면 수시입출식예금은 3조3천억원이 줄어들었다. 정기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은 1조2000억원이 줄어든 105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9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지난 2004년 1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주담대 증가 규모가 축소되고, 기타대출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전월대비 감소 전환했다.
가계대출은 주택 거래와 관련된 대출을 모두 포함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해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 등으로 구성되는 기타대출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이는 한은의 강도 높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결과로, 나날이 높아지는 대출금리에 대출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무거워진 탓이다. 가계대출은 올해에만 총 1조1000억원 감소했는데,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연간으로 가계대출 증감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사례가 없다.
황영웅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현재 가계대출이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디레버리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서고, 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만큼 대출 수요자들에게는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다. 다만 집단·전세 대출 등의 실수요가 있는 만큼, 감소폭이 확대되는 것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9월중 주담대(9000억원)는 주택거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집단 및 전세자금 대출 취급이 다소 줄어들면서 전월(1조6000억원)보다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 전세자금 규모는 지난 7월 1조1000억원에서 △8월 9000억원 △9월 6000억원 등 2개월째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다. 9월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두 번째로 작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기타대출(-2조1000억원)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3단계가 시행되는 등의 영향으로 신용대출 중심 감소폭이 확대됐다. 역시 9월 기준 관련 통계 속보치 이후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기업대출은 큰 폭의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9조4000억원이 늘었는데, 이는 9월 기준 속보치 작성(2009년 6월) 이래 최대폭 증가다. 분기말 일시상환 등 계절적 감소 요인에도 9월 기준 최대폭 증가한 대기업대출(4조7000억원)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대기업대출은 회사채 시장 위축에 따른 기업의 대출 활용 지속 등으로 급증했고, 중소기업대출(4조7000억원)은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및 운전자금 수요가 이어지며 상당폭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