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미국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니
[전문가 기고] 미국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니
  •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nkyj@seoulfn.com
  • 승인 2022.10.14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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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금융시장은 올해 들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 중심에 미국의 통화 긴축이 있다. 미국 경기가 유럽 등 타 선진국 대비 우수한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통화긴축을 강하게 하니 문제가 된다. 아직 고용시장이 견조하고 일부 물가 항목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니 긴축 정책을 유지할 필요성도 있겠으나, 미국 경제는 긴축을 버틸 수 있다 하더라도 미국 외의 세계는 버티기 쉽지 않아 보인다. 통화가치 하락, 주가 하락, 금리 상승의 트리플 약세는 한국 뿐 아니라 올 하반기 미국 외 모든 국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유럽이 유로화 문제, 난민 문제에 에너지 문제와 전쟁으로 구조적인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통해 리쇼어링을 추구하고 있고, 셰일 혁명으로 유럽에 LNG를 판매하며 에너지 순수출을 달성했으며, 통화 긴축도 가장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경상수지, 자본수지가 개선되어 달러화의 미국 외 유출이 급감하며 강 달러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이 제조도, 수출도, 긴축도 혼자서 다 하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으며, 만일 그러려고 하면 세계에 뭔가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달러가치가 높아져서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세상에 달러화가 부족해지면서 미국 외 세상에서는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달러화가 기축통화가 된 이상, 가치가 약해지면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약해지고 가치가 강해지면 전 세계에 자금 경색이 발생하게 되는 트리핀의 딜레마를 피하기 어렵다. 

미국의 리쇼어링은 생산시설을 비용이 저렴한 곳에서 비싼 곳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니 중력을 거슬러 오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강력한 리쇼어링 산업정책을 펴는 한켠에는 중국 첨단제조업 부상에 대한 전략적 견제가 있겠지만, 다른 한켠에는 중서부(Midwest) 지역의 백인 노동자들 표심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낸 그들이 미국 대선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냉전 구도 하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갈등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니 물가 압력은 여전할 것이다. 중국의 값싼 생산역량을 거부하고 관세를 매기고 반도체 장비 수입을 규제하며, 러시아 에너지로부터의 독립을 꾀하는 것은 안보를 위한 선택이지만 안보에는 비용이 들어가는 법이다. 미 행정부가 최근 개편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며 중국과의 경쟁을 지속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여부에 따라 유로화 가치 반등, 원자재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 있겠으나, 현재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신냉전 구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와 물가 압력의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중물가, 중금리, 강달러 추세는 장기간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경제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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