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에 추가 이자부담 32만7000원···정부-금융권 지원책은?
'빅스텝'에 추가 이자부담 32만7000원···정부-금융권 지원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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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리스크에 노출된 취약차주···정책자금 공급 확대
은행권, 취약층 지원에 수십조 투입···수신금리 줄인상
"마련한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 신속한 실행이 중요"
서울 한 은행 앞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은행 앞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상승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대출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거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선 취약차주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은행권도 취약차주 지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0.5%p(포인트) 인상하면서 가구당 평균 이자부담은 연간 50만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은행 분석에 따른 것으로, 차주 1인당 이자부담액은 평균 32만7000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대출금리가 치솟은 탓인데, 주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는 최고 6~7%대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특히, 취약차주일수록 금리상승 타격이 크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에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빅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5%p 인상)'으로 국내 전체 대출자의 연간 이자가 평균 32만7000원 증가하는 동안 취약차주의 이자는 25만9000원, 비취약차주는 33만2000원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1.0%p 오르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 추가 부담액은 65만5000원, 취약차주는 51만8000원 뛴다.

여기서 취약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빌린 다중채무자이거나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대출자를 의미한다. 취약차주의 소득과 신용이 높지 않은 만큼 이자부담액이 똑같이 2배 증가했을 때 받는 타격이 비취약차주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금리상승에 따라 취약차주들의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정부와 은행권은 각종 금융지원 대책을 내놓는 한편, 지원책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실행될 수 있도록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먼저, 정부는 서민·가계 주거 관련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변동금리 주담대를 연 3%대 고정금리 정책모기지로 전환할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 공급규모를 40조원에서 5조원 늘린 45조원으로 확대했다. 또 안심전환대출 자격요건인 '주택가격 4억원 이하'를 완화해 이용 가능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11일에는 주택금융공사에서 제공하는 전세자금보증의 한도를 최대 2억원에서 4억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는데, 해당 조치로 전세대출 차주는 매월 약 17만원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올해 주택도시기금의 전세대출 금리는 인상하지 않고, 주택구입자금 대출인 디딤돌대출의 고정금리 전환도 허용하기로 했다.

은행권도 정부의 취약차주 지원 방침에 동참하는 한편, 예·적금금리를 신속히 올려 이자혜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주요 금융그룹들은 지난 8월부터 수십조원 규모의 취약차주 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은 △대출금리 감면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기간 연장 △저금리 생활자금 지원 등으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은 총 33조3000억원을, 하나금융은 26조원, 우리금융은 23조원, 농협금융은 27조원 규모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 밖에 KB금융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장 10년까지 대출을 분할해 상환할 수 있는 '코로나19 특례운용 장기분할 전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새롭게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보단 이미 마련한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실행되는 게 중요하다"며 "동시에 금리가 많이 올랐으니 취약차주들을 대상으로 부실 조짐은 없는지 상시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분을 수신금리에 신속하게 반영해 예금고객에 대한 이자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과거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후 통상 1~2주일의 시간을 두고 수신금리를 올렸는데, 최근에는 보다 빠르게 반영하는 추세다. 예대금리차 축소, 예금고객 확보 등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예·적금 39종에 대해 기본금리를 최고 0.8%p 올렸다. 하나은행은 오는 20일부터 예·적금 29종의 금리를 최대 0.95%p 인상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19개 정기예금과 27개 정기적금의 금리를 0.3~1.0%p 인상했고,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수신금리를 최대 0.7%p 올렸다. KB국민은행은 시장상황을 본 뒤 다음주 중 수신금리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매월 1회 이상 시장금리 변동을 점검해 기본금리에 반영하고 있다"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폭과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주 중 수신상품 금리를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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