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산재와 위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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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희생자가 끊이질 않아 국민을 안타깝게 만든다. 지난달 26일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불로 하청업체와 외부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달 15일엔 경기 평택시 에스피엘(SPL)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노동자가 제빵 기계에 몸이 끼여 숨졌다.  

이후에도 산재 희생자들이 생겼다. 18일 충북 청주시 도로에서 도색 작업 중이던 충북도청 소속 공무직 도로보수원이 화물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이튿날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계약직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사망했다.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국가지표체계에서 산재사망률을 확인해봤다. 산재 적용대상 근로자수 1만명당 지난해 사망률이 1.07이었다. 산재 적용대상 근로자 1937만9000명 가운데 2080명이 사망한 것이다. 

'삶의 터전'인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건 희생자의 가족이나 지인한테까지 영향을 미친다. 후유증이 평생 이어질 수도 있다. 안타까운 산재가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산재는 생기기 마련이다. 모두 편하고 안전한 일만 할 순 없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생길 수밖에 없다면 산재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법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못하겠지만, 효과를 살펴보면서 손질하는 게 좋다고 여겨진다.  

'산재가 기업의 위기'라는 인식과 위기 대응 능력도 중요하다. 산재가 생기면 제대로 보상해줘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더라도 진정성을 토대로 보상해준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책임지기 싫어서 '법대로 하자'고 버틸 경우 위기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2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SPL 평택공장 산재는 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SPL은 제과점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에스피씨(SPC)그룹의 계열사다. SPL 평택공장에서 생산한 빵 반죽은 파리바게뜨에 공급된다. 

SPL 평택공장 산재 발생 이틀 뒤인 17일 SPC그룹은 사과문을 내어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허영인 회장이 전날 저녁 SPL 사고 직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에게 사죄 말씀을 드렸다"고도 했다. 

그러나 산재 발생 이후 기계 재가동, 희생자 빈소에 파리바게뜨 빵을 두고 간 일 등이 알려지자 SPC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결국 21일 오전 허영인 회장이 서울 양재동 SPC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산재 위기 대응에 실패한 셈이다. 

한 전략 전문가는 위기 대응을 위해 '58 82 100 법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보다 조금 오버(58)해서 가급적 빨리(82) 100%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작은 이익을 지키기 위해 주저하다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이주현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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