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승룡 기자] 기업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긴급 투입키로 했다.

23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단기 자금시장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회사채 시장·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알파(α)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그는 "지자체 보증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선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확약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가 ABCP에 대한 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신용 경색상황에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발언이다.

그는 이어 "시장 불안을 조성하는 교란행위와 악성 루머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채안펀드는 1조6000억원 규모 가용 재원을 먼저 활용해 24일부터 시공사 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회사채·CP 매입을 재개한다. 캐피탈콜(펀드자금 요청)도 11월 초부터 집행하고 필요시 추가 조성키로 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매입한도는 기존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상향한다. 또 산은·기은의 매입 프로그램 잔여 매입 여력을 5조5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고, 부동산 PF-ABCP 관련 시장 불안 안정을 위해 금융사가 발행한 CP도 매입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신보의 P-CBO 프로그램은 기존 미매입 잔액 6000억원과 별개로 5조원을 추가 확보하고, 중소·중견기업 회사채를 중심으로 지원하되 시장 상황을 고려해 건설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도 지원키로 했다. PF-ABCP 차환 어려움 등으로 일시적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는 한국증권금융이 자체 재원을 통해 이르면 금주부터 3조원 유동성을 지원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유동성 지원을 위해 대출 등의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국채 이외에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부동산 PF 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HUG·주금공 사업자 보증지원을 10조원 규모로 늘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특수목적법인(SPV)이나 다른 (부분과 관련한)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는 빠졌는데, 이번 방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필요하면 금통위에서 (다른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시장안정 방안은 ABCP를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것에 대한 미시적 조치라서 거시 통화정책 운영에 관한 전제 조건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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