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장애물 첩첩, 한국경제의 앞날
[홍승희 칼럼] 장애물 첩첩, 한국경제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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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가 벌어진 이후 정부가 제11차 비상민생경제대책회의를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러나 채권시장과 증권업계 등에 불똥이 떨어지게 만든 레고랜드 사태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은 이 회의를 두고 시장에서는 '비상' 제목이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비상’은 없었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정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50조+ 대책을 내놓았으므로 채권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믿고 이날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도 모든 채권의 신용스프레드는 더 상승했다. 시장이 정부의 대처능력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운영사인 강원중도개발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이자 100억원에 대한 지불보증을 거부하는 채무불이행 선언을 함으로써 9월30일 현재 250억원의 수익을 낸 지방정부인 강원도가 소유한 기업(지분44.02%+10.76% 보유)을 부도내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을 선보였다. 그 이유를 정치적으로 풀이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멀쩡한 공기업들을 무리하게 민영화시키려는 윤석렬 정부의 정책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언론에서는 2000억원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50조 이상의 돈을 쏟아붓게 만들었다고 표현했지만 정확하게는 기업이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이자 100억원을 아끼려다 500배가 넘는 비용지출을 전국민 부담으로 떠안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는 그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어도 회복되기 어려운 타격을 한국경제에 가했다는 점이다.

채권시장에는 내국인만 참여하지 않는다. 내국인들이라도 지방정부의 무책임을 목격한 만큼 향후 다른 지방정부들이 보증하는 채권발행에 참여하기를 주저할 수 있다. 이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기업어음(CP)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특히 PF를 주 수익모델로 삼았던 증권사 등이 지금 위기설에 휩싸이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모든 부채에 대해 사실상 중앙정부가 연대책임을 지는 한국의 구조를 잘 아는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의 정부 보증 자체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단지 채권시장에 대한 불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걸친 불신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지난 5월 이후 계속되는 수출 감소세가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예측되면서 빠르면 4분기 중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을 낳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거의 확정적이라고 단정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는 이미 지난 5월부터 거의 날아가 버린 대중무역은 물론 미국, 영국 등 거의 모든 국가들의 경기침체가 예상되기에 그것만으로도 피하기 어려운 일로 보인다. 거기 더해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짐으로써 더욱 위험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레고랜드사태로 인한 소동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높여 미국과의 금리역전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미국도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금리인상에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중에는 금리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며 한국과의 금리격차 문제는 완화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경제를 정치논리로 지배하려는 한국정부의 정치적 리스크가 커짐으로써 국내 금융정책마저 휘둘릴 염려가 크다는 점이다.

지금의 사태로 금융안정이 급한 금융당국이 물가안정을 뒤로 미룰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내년 상반기쯤이면 금융정책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비부진 때문에 강제적으로 안정화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2021년에는 해외에서 각광받던 한국채권발행이 앞으로는 매우 어려워지고 GDP에서 수출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경제가 수출부진까지 겹치면 국내 기업 중 몇%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정부는 염려해야 한다. 물론 좀비기업을 억지로 살리는 짓은 피할 일이지만 지금같은 분위기에서는 자칫 흑자도산하는 기업들이 줄을 잇지는 않을까를 심각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게다가 한국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벤처기업들이 금융불평등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무슨 수능시험 수험생같은 답변만 늘어놓는 비상민생경제대책회의 따위보다는 정치논리로부터 자유롭게 창의적인 대책을 내놓는 정부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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