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기준금리' 예고한 파월···한은 '더블 빅스텝' 밟나
'5%대 기준금리' 예고한 파월···한은 '더블 빅스텝'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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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1%p로 확대···연준 '천천히, 더 길고 높게'
인플레 진화 '빅스텝' 가능성 커···경기 둔화 등은 변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 (사진= 연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 (사진= 연준)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4차례 연속 밟으면서 4%대 금리 시대를 열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면모를 보이며 '기준금리 5% 시대'마저 예고됐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파월 의장이 향후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최종 금리는 더 높여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3년여 만에 1%p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을 고려하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0%p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미 연준은 2일(현지시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7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6·7·9월에 이어 이례적으로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3.0~3.75%에서 3.75~4.0%로 뛰었다. 

미 기준금리 상단 기준으로 보면 한국 기준 금리인 3.0%와 비교해 1.0%p나 올라갔다. 이는 가장 가까운 한미 금리 역전기(2018년 3월∼2020년 2월) 당시 최대 격차와 같은 수준이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벌어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4연속 자이언트 스텝 초강수···최종금리 5.5% 전망도

자이언트 스텝이 예고된 결과라는 점에서 이날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예상대로 12월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언급하는 동시에 금리인하 전환 고려는 "시기상조"라며 매파적 태도도 나타냈다.

그는 "언젠가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좋을 것이고, 그 시기는 이르면 다음 회의가 될 수 있다"면서도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내년 기준금리가 9월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4.6%를 넘어 5%에 육박할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에 주요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선 최종금리 수준이 최대 5.5%까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당장 12월 FOMC에서 빅스텝을 단행한 뒤 내년 초까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씨티은행은 "파월 의장이 과소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불능으로 만드는 것보다 과대긴축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명확히 밝히면서 매파적인 신호를 전달했다"며 최종금리가 5.25~5.5%(기존 5.0~5.2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도 "정책결정문에서 다음 금리인상폭이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혀 금리인상 중단이 가까워졌다고 판단했으나,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의 발언으로 관련 기대가 되돌려졌다"면서 "12월 점도표가 상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한은 '더블 빅스텝' 나서나···짙은 경제 성장 둔화는 주저 요소

시장의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파월 의장의 발언에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도 한층 커진 모양새다. 연준이 다음 달에도 자이언트 스텝 또는 빅스텝을 밟을 전망이라는 점,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한은의 경계심이 강하다는 점 등은 베이비 스텝(0.25%p 금리인상)을 뛰어넘어 긴축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수입 물품의 원화 환산 가격을 높여 가뜩이나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한은 입장에선 기준금리 인상 폭 확대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대목이다. 실제 한은은 이날 매파적인 파월 의장의 발언에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물가안정에 대한 미 연준의 강력한 의지가 재확인된 만큼 향후 통화정책 긴축 지속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 자본유출입 등의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적시에 시장안정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무역 적자 등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짙은 경제 성장 둔화 흐름은 한은이 금리 인상 폭 확대를 주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성장이 둔화되고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인플레와 한·미 금리 역전 폭에만 집중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지난 10월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선 2명의 위원이 0.25%p 금리를 인상하는 소수의견을 제시하며 경기둔화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한은은 이달 24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 상승폭을 결정하게 된다. 내년에는 1월13일, 2월23일, 4월13일 등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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