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제대로 운영되고 있나
[전문가 기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제대로 운영되고 있나
  • 이동현 변호사/더앤법률사무소
  • jongkim@seoulfn.com
  • 승인 2022.11.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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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변호사
이동현 변호사

의뢰인으로부터 급하게 연락이 왔다. 의뢰인의 자녀가 체육시간에 공놀이를 하다가 실수로 상대학생을 맞추게 됐는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부터 학교폭력(폭행)이 인정됐다는 내용이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정보공개 청구해 확인해 본 결과 위원들은 의도나 경위와 상관없이 피해학생이 공을 맞아 다쳤으므로 학교폭력이라고 판단했다. 너무나 황당하였다. 바로 불복절차를 진행하자고 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일반 형사범죄와 달리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법원은 '학교폭력은 그 개념을 확대해서 해석하게 되면 지나치게 많은 학교폭력 가해자를 양산하는 등 오히려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학교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이나 분쟁을 학교폭력으로 의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일상적인 학교생활 중에 일어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발생 경위와 상황, 행위의 정도 등을 신중히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며 일상적 학교생활 중 일어난 행위에 대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상 폭행은 다른 예시 규정에 비추어볼 때, 형법상 폭행 개념을 상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고의를 전제로 하는 점, 위 규정의 형식상 학교폭력은 위에 열거된 예시적 행위 외에 다른 행위들도 포함되나, 이는 적어도 열거된 행위들에 준하는 행위여야 한다. 열거된 행위의 과실범이 모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학교폭력의 개념도 고의적 행위를 주로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폭행에 의한 학교폭력은 원칙적으로 고의에 의한 폭행만 해당하고 과실에 의한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과실에 의해 발생한 행위는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위 사안은 체육시간에 체육활동을 하다가 과실로 발생한 사건임에도 단지 상대학생이 상처가 났다는 이유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들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의뢰인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 결과에 대해서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에게 문의하자,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 역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상대학생이 다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사안 올릴 때에도 상대 학생이 다쳐 학교폭력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위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학생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판단을 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과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이 '학교폭력'의 개념에 대한 정말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이해조차 되어 있지 않음에도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모든 위원들과 선생님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결과에 관련학생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과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과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을 대상으로 학교폭력과 관련된 교육을 실시하는 것 외에도 주기적으로 법률 기초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학생들의 선도와 교육이 주된 목적이기는 하나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등은 법률적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가해학생에게 내리는 조치는 침익적 처분이므로 엄격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만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이라면 기초적인 법률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으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위촉하거나 자문을 얻어야 한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학부모, 교원 등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의 경우 법률적 관점에서 이성적 판단을 하기보다 감정에 치우쳐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일반 형사재판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조치를 받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형사처벌에 준하게 와닿는 만큼 사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알맞은 적정한 조치를 내려야 하므로 법률전문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 선생님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학교폭력 관련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학교폭력과 관련된 교육을 시키고 있으므로 학교폭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고 교육할 수 있으며,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 절차에 맞춰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됨에 따라, 학교폭력이 인정되면 학창 시절에 한해 불이익을 입는 것이 아니라 평생 낙인이 찍혀 살아가야 한다. 조치를 받는 학생의 입장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판단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 학생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하는 만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은 전문성을 갖춘 상태에서 사안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은 이러한 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억울하게 학교폭력이 인정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불복하려고 하는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불복절차는 감정적 대응보다 법률적인 관점에서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섣불리 대응하기보다 학교폭력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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