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둔화에 힘 잃은 '강달러'···하루 새 59.1원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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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원·달러 환율, 1318.4원 마감
달러인덱스 107.8····두달 만에 최저치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미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하루 만에 60원 가까이 폭락하며 1310원대로 추락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고공행진을 펼치던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풀 꺾이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59.1원 하락한 달러당 1318.4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 8월 17일(1310.3원) 이후 최저치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30원 하락한 1347.5원으로 출발, 장중 낙폭을 두배 가량 확대했다. 특히 오후 2시 38분경엔 전일 대비 60원 하락한 1317.5원에 거래되는 등 기록적 약세를 보였다.

이런 급격한 환율 하락세는 미 10월 CPI 발표에 그간 '강(强) 달러' 가치를 지지해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7.9~8%)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당초 미 CPI 상승률은 지난 6월(9.1%) 이후 8% 초중반대에서 둔화가 정체되고 있었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2%대로 하락시키겠다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을 정당화하는 재료로 소화됐다. 그 결과 시장 내에선 연준이 기준금리를 5.25%까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었다.

그러나 CPI 상승률이 한달 만에 0.5%포인트나 둔화되면서, 이른바 '물가 피크아웃'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 반영된 12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전일 56.8%에서 현재 85.4%로 급등했다. 반면 5연속 자이언트 스텝 확률은 14.6%로 떨어졌다.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도 내년 3월 기준 5%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48.9%로 가장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힘을 받던 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기준 110선에서 현재 107.75선까지 하락했다. 달러인덱스가 107선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 9월 13일 이후 두달 만이다.

반대로 주요국 통화가치는 급증했다. 전일 1유로당 0.99달러 수준을 기록했던 유로화 가치는 현재 1.02달러선까지 반등, '패리티(유로·달러 가치 등가)'를 회복했다. 영국 파운드화 역시 전일 1파운드당 1.136달러선에서 1.17달러선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는 전일 달러당 7.25위안선에서 현재 7.1위안선까지 절상했으며, 일본 엔화 역시 전일 달러당 146.5엔선에서 현재 141.7엔선까지 절상했다. 이는 달러 약세 재료로 소화되며 원화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이날 환율 하락세의 주재료는 10월 CPI가 예상 이상으로 크게 하락한 것"이라며 "최근 CPI 상승세를 이끈 서비스물가도 하락했고, 임대료 가격 상승 등에도 근원 CPI가 떨어졌다. 여기에 경기침체 우려가 더해지자 연준의 '피벗(정책 선회)' 가능성이 아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현재 채권시장에선 연준 최종금리를 4% 후반으로 보고 있다. 이에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25bp 하락했으며, 내년 피벗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라며 "최근 두달간 환율 과열 양상에는 외환당국의 실개입 등이 억제력이 됐지만, 하락 양상에서는 억제할 필요성이 없다. 환율 1차 지지선은 1300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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