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 달 새 1.1조 수혈···'돈맥경화'에 빠진 롯데건설
[초점] 한 달 새 1.1조 수혈···'돈맥경화'에 빠진 롯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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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억원 유상증자, 롯데케미칼·정밀화학·홈쇼핑서 9천억원 차입
연말까지 3.1조 규모 유동화증권 만기 도래···자금 조달 '발등에 불'
롯데건설 회사 전경.(사진=나민수 기자)
롯데건설 회사 전경.(사진=나민수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자금 시장 경색이 심화한 가운데 롯데건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달 새 주주와 롯데그룹 주요 관계사로부터 총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시장에서 떠도는 '부도설'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특히, 내년까지 6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 만큼 그룹 내 '계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 8위인 롯데건설이 최근 한 달 동안 계열사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1조100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았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달 18일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고 이틀 뒤인 20일 롯데케미칼에서 5000억원(이자율 6.39%)을 차입했다. 이달 8일에는 롯데정밀화학에서 3000억원(이자율 7.65%), 10일에는 롯데홈쇼핑에서 1000억원(이자율 7.65%)을 차입하기로 했다.

계열사로부터 차입한 금액만 9000억원 규모로, 자기자본(직전사업연도말 기준) 2조5623억원 대비 35.1%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 건 모두 3개월간 단기 차입으로, 내년 2월 초까지는 모두 상환해야 한다. 이자율은 6~7%로, 단순 계산을 통해 이자를 더한 총상환액을 따지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롯데케미칼로부터 빌린 차입금에 총대출이자(95억6250만원)를 더한 총상환금은 5095억6250만원, 롯데정밀화학과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빌린 자금의 총상환액은 각각 3057억3750만원(총이자 57억3750만원), 1019억1250만원(총이자 19억1250만원)이다. 

이번 자금 조달은 회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한 부동산 PF 자산유동화어음(ABCP), 전자단기사채(ABSTB) 등 유동화 증권을 차·상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 우려와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단기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결국 계열사 현금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1조원가량 자금 확보에도 PF 우발채무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말 만기가 돌아오는 롯데건설의 신용연계 유동화 증권 규모는 총 3조1000억원이다. 기간별로는 10월 21~31일 1조3573억원, 11월 말 1조3970억원, 12월 말 3472억원이다. 내년 말까지는 총 6조7491억원에 달한다.

자금 조달시장에서 발행한 어음들이 차·상환되지 않아 전액을 다 조달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현재까지 조달한 1조1000억원과 현금성자산(올해 9월 말 별도기준 약 70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연말까지 1조3000억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내년 초 계열사들로부터 차입한 금액을 상환할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이 같은 롯데건설의 상황은 그룹 주요 계열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 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이다. 롯데건설이 롯데케미칼에게서 5000억원을 차입하겠다는 내용이 알려진 후 롯데케미칼 주가가 급락하는 등 회사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2대 주주인 호텔롯데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반기 기준 1조2276억원을 보유해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계열사에 돈을 쏟아부을 수도 없는 일이다. 

특히 이번에 롯데건설 지배구조와 직접 관련이 없는 롯데정밀화학까지 금고를 털어 지원할 만큼 롯데건설의 재무 여건이 크게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건설은 사활을 걸고 공들인 한남2구역 재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도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다. 역대급 사업 조건을 제시하며 대우건설과 혈투를 벌였으나 정비업계에 '롯데건설 부도설'이 확산하면서 결국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남2구역 조합원 커뮤니티에서는 "(현금을)여기저기 다 끌어오네. 연말까지 3조 갚아야하는데 이제 1조 모았다", "자금여력이 부족한데 제시한 사업 조건을 맞출지 모르겠다", "롯데 자금난이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데 사업이 잘될지 걱정이다" 등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홍석준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롯데건설이 현재 추진 중인 1조원 이상의 은행권 차입, 담보대출을 포함한 유동성 확보 방안의 최종적인 실현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향후 PF 우발채무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지 못할 경우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전혀 문제 없다고 해명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단기 부동산 PF가 정상화되지 않은 만큼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확충하기 위한 차원에서 차입하게 된 것"이라며 "사업장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수주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회사 재무구조가 시장의 우려만큼 걱정스러운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연말 인사 시즌에 잇따른 악재가 터진 만큼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표이사에 오른 하 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고 평가되는 인물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연말 인사시즌이 다가오는데 건설업계 불황이 이어지면서 내부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일부 건설사에선 '임원진 물갈이'를 통해 사내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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