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환율전쟁上] 인플레 잡기 위한 美 초긴축 행보···최종 승자는
[역환율전쟁上] 인플레 잡기 위한 美 초긴축 행보···최종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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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올해 3월부터 '제로금리' 포기···9개월 만에 3.75%p↑
지난 9월26일 달러 인덱스 114.6 돌파···20년 만에 최고
역환율전쟁, 물가 안정 위한 설계···주변국에 '인플레 수출'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달러화 가치가 극도로 높아진 '킹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역환율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1440원 돌파하는 초강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이 11일 하루새 59.1원이 급락하는 등 지난 한주에만 100원 넘게 하락했다. 달러 인덱스도 105선까지 떨어지는 등 강달러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역환율전쟁도 새로운 분기점을 맞은 것이다.

역환율전쟁의 승자가 된 미국이 얻은 것은 무엇이며, '킹달러'는 왜 흔들리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2차전에 접어든 역환율전쟁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등을 전망해 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역환율전쟁의 승자는 미국···주요국 통화 일제히 폭락

'역환율전쟁'이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절상시키는 일련의 흐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세계적으로 물가가 폭등하면서, 주요국들은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단행해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끌어올렸다. 다만 통화가치란 결국 상대적 개념인 만큼 승자와 패자는 나뉘게 된다.

최근 역환율전쟁의 승자는 미국이었다. 킹달러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달러는 독보적 강세를 구축했고, 전세계 통화가치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그 결과 전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며 대비를 이루고 있다.

지난 9월 26일 달러인덱스가 114.6을 돌파하며, 닷컴버블 사태 당시인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인덱스란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반면 주요국 통화가치는 일제히 추락했다. 2002년 이후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인 유로화가 지난 9월 1유로당 0.959달러 수준까지 추락한 것이 대표적 예다.

유로화는 지난 20년간 달러 대비 우위를 보였지만, 올해 1월 1유로당 1.146달러를 기록한 이래,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8~9월 당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러시아의 가스 공급 무기화 이슈가 발생하자 하락폭이 확대됐고, 이는 달러 강세재료로도 소화됐다.

영국 파운드화 역시 9월 26일 1파운드당 1.057달러선까지 하락하며,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운드화 역시 지난해 5월 1파운드당 1.418달러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 리즈 트러스 전 내각의 450억파운드(약 72조원) 규모의 감세안이 발표되자, 대규모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통화 가치 하락세에 불을 지폈다.

중국 위안화 역시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7위안을 넘어,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7.3위안을 돌파했다. 일본 엔화 역시 버블경제 당시인 1990년 8월 이후 최초로 달러당 152엔까지 진입했다.

우리나라 역시 비상이 걸렸다. 지난 9월 28일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장중 1440원을 돌파했다. 8월 26일 환율이 1331.3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불과 한달 만에 100원 이상 오르는 등 폭등했다.

이 때문에 국내 외환당국은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대규모 달러 매도를 감행했다. 지난 9월 '외환 방파제'로 불리는 외환보유액이 한달 새 196억6000만달러나 급감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4억2000만달러)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이런 대규모 조치에도 달러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 공격적 긴축 행보···기준금리 9개월 만에 3.75%p

달러 가치만 오롯이 상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이에 대해 금융관계자들은 안전자산으로써 달러의 확고한 입지와 함께 독보적 우위를 점한 기준금리 격차를 꼽는다.

당초 미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0~0.25%의 제로금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 인상)'을 밟는 등 올해에만 정책금리를 3.75%포인트 올리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주요국 역시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자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는데, 11년 만에 첫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어 사상 최초의 자이언트 스텝을 9·10월 2회 연속 단행하는 등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좁히고자 노력했다.

여기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지난해 12월 금리를 인상한 이래, 8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끌어올렸다. 특히 이달에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 1989년 이후 33년 만에 최대 인상폭을 기록했다. 현재 영국 기준금리는 3%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노력에도 4%대 기준금리를 선점한 미국의 긴축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이다. 특히 연준은 다음달 또 다시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며, 시장 내에선 최종금리를 5~5.25%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화 강세는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사상 처음으로 5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3%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인상된 금리 인상폭만 2%포인트에 달하지만, 이는 미 연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 최종금리 수준이 3.5% 가량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양국간 금리 격차 전망에 기인한 원화 약세는 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돌파하게 만든 주요인이었다.

◆킹달러는 물가 안정 위한 설계···부담은 주변국으로 전이

금융권은 이런 고강도 긴축에 기반한 달러 강세 현상을 두고, 연준의 노림수라고 분석한다. 글로벌 최대 난제로 떠오른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초공격적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통상 자본은 더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는 특성상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높은 국가로 이동하게 된다. 금리 우위를 장기간 유지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흡수되고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도 상승한다. 이 경우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의 하락 등으로 연결된다.

코로나19 초기 물가 상승률을 견인한 것은 막대한 유동성에 확대된 수요였다. 반면 현재 물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공급측 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밀·천연가스 등의 가격이 폭등했고, 코로나19 재확산에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이로 인한 수입물가의 폭등이 현재 물가 상승의 주요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킹달러는 수입물가를 낮춰 미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효과적 수단이다.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진정시켜 소비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강달러는 미국에 매력적 카드다. 반면, 다른 주요국의 경우 킹달러는 물가 상승 요인이다.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물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월 미국의 수입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2%로, 한국(19.8%)과 독일(10.4%)에 비해 훨씬 낮았다. 또 유로존 통계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유로존 19개국의 평균 수입물가 상승률은 11.84%였다. 세부적으로 △에스토니아 22.63% △스위스 19.55% △스웨덴 14.81% △네델란드 14.25% △프랑스 12.98% 등이다.

이렇듯 미국은 고강도 긴축을 통한 달러 강세로 인해 타국 대비 수입물가 안정에 성공했다. 이에 다른 국가 역시 통화가치 방어와 물가 상승 억제 등을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으며, 그 결과가 현재의 역환율전쟁이다.

다만 과도한 금리 인상은 상환부담 등을 높여 경기침체 가능성을 확대시킨다. 실제, 미국 국내총생산(GDP)는 지난 1·2분기 각각 –1.6%, -0.6%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통상 GDP가 두 개 분기 연속으로 역성장을 기록하면 기술적 의미의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해석한다.

또한 미 연준은 9월 FOMC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7%에서 0.2%로, 내년은 1.2%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올해와 내년 실업률은 기존 3.7%, 3.9%에서 3.8%, 4.4%로 상향 조정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졌다.

그럼에도 미 연준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강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 결과 8%대에서 머물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10월 7.7%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둔화됐다. 시장 내에선 물가정점론이 확산되면서 물가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벌써부터 연준의 '피벗(정책 선회)' 가능성이 대두됐으며, 달러인덱스가 105선으로 떨어지는 등 달러화 약세 흐름이 나타났다. 그 결과 역환율 전쟁은 새로운 분기점을 맞게 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미국 CPI 전년 대비 상승률은 7%로 가장 높은 편이었고, 유로존은 5%였다"면서 "그러나 현재 미국은 7.7%, 유로존은 10.6%로 입장이 바뀌었다. 이는 미국이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밖으로 수출한 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연준의 통화정책 전략은 향후 물가 궤적을 예측하지 않는 뒷북전략(Behind the Curve)이다. 연준은 물가 궤적의 분명한 하락이 확인되기 전까지 선제적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은 연준의 의도된 정책 실패 가능성은 인플레이션 급락의 핵심 재료였다. 확고한 물가 둔화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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