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 시장 연착륙 가능할까
[데스크 칼럼] 부동산 시장 연착륙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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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과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먹는 내내 표정이 안 좋았다. 이유인 즉, 자기가 올해 초 전세 보증금과 대출금을 최대한 끌어모아 노원구에 집을 샀는데 주변 지인들이 축하해주기는커녕 '상투를 잡았네' '잘 못 샀네' 핀잔만 줬다는 것이다. 지인은 "내가 집 산 게 그렇게 잘못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이런 하소연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무주택자 103만6000명이 집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집값이 지난해 말 정점을 찍고 올해부터 하강 곡선으로 전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상투'를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과 거래절벽, 집값 하락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한국 부동산 경기는 '날개를 잃어버린 새'처럼 고꾸라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25주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하락 폭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일부이긴 하지만 실거래가가 공시가격보다 낮은 '공시가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집값 안정은 아직 멀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이) 내려가지 말아야 한다기보다는, 지난 두 달간 급격히 밑으로 꽂히는 꺾임을 보였기 때문에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다만, 특정 가격대를 떠받친다거나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 경기 등 4곳을 제외한 전국의 부동산 규제를 해제하는 한편, 주택 실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도금 대출도 12억원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실수요자로서는 이러한 '선물'이 달갑지만은 않다. 바로 '금리' 때문이다. 금리에 부담을 느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매매보다는 기존 전세나 월세를 연장하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래가 되는 것은 급매물일 뿐이다. 직방이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4분기 거래된 서울 아파트의 51.6%가 직전 대비 5% 이상 거래가가 하락했다. 변동 폭이 1% 안팎인 보합 거래를 제외하면 전체 하락 거래는 총거래량의 67%에 달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향후 몇 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라파엘 보스틱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예상한 미국 기준금리가 4.75~5% 수준인 만큼 국내 기준금리도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대 10%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매심리 역시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

무주택자들에게 부동산 규제완화와 추가 공급대책, 집값 하락 등은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인상과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해결되지 못하면 시장에 넘치는 매물은 결국 '못 먹는 감'일 뿐이다.

한파를 넘어 냉각기로 접어든 부동산 시장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도록 정부도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한다.

나민수 건설부동산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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