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도 금리 올린다"···한은, 내년초까지 매파적 기조 (종합2보)
"경기 둔화에도 금리 올린다"···한은, 내년초까지 매파적 기조 (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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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3.25%로 0.25%p 인상
5%대 물가 지속 전망···"최종금리 3.5% 다수 견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의 6회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세달 만에 반등한데다, 5%대 고물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완화 전망 등이 반영돼 금리 인상폭은 0.25%포인트로 좁혀졌다.

주목할 점은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이다. 한은 측은 국내경제의 둔화 가능성에도 고물가 통제를 위해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드러냈다. 현재 시장 내에선 최종금리가 3.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4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3%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은 지난 4·5월과 7·8·10월에 이은 6회 연속 금리인상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총 아홉차례 인상하며, 금리수준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1.25%)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올려놨다. 국내 기준금리가 3.25%로 인상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약 11년 만이다.

◆또다시 확대된 인플레 압력에 금리인상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금융권의 예상과도 부합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99명이 이번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중 70명이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고, 29명이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해당 인상 결정의 주요 근거는 확대된 인플레이션 압력이 결정적이었다. 10월 소비자물가가 5.7%로 세달 만에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4.2%, 향후 1년뒤 물가 전망을 나타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3%로 전월 대비 0.1%포인트씩 확대됐다.

또한 금통위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각각 5.1%, 3.6%를 전망했다. 이는 8월 전망치(5.2%, 3.7%)를 소폭 하회한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가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에도,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 확대 등으로 10월에도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 경기 둔화 영향 등으로 상승률이 다소 낮아지겠지만, 5% 수준의 높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연준의 긴축 속도조절론···빅스텝에서 베이비스텝으로

반면 미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론은 긴축 수위를 완화한 재료로 소화됐다. 당초 미 연준은 지난 3일(현지시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사상 초유의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 결과 미 기준금리는 기존 3~3.25%에서 3.75~4%로 상승했고, 한·미 금리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주목할 점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극적인 둔화다. 당초 미 CPI 상승률은 8% 초반에서 3개월째 정체됐으나, 10월 들어 7.7%로 크게 둔화됐다. 시장 내에선 물가가 점차 둔화될 것이란 '물가정점론'이 퍼졌고,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앞세운 연준의 긴축 기조는 흔들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 반영된 12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현재 75.8%로 한달새 24%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반면 0.75%포인트 인상가능성은 24.2%로 같은 기간 절반 넘게 축소됐다.

또한 최종금리 전망도 5.25%에서 5%로 하향 조정되는 등 연준의 긴축 속도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다. 이에 한은 금통위 역시 지난달 빅스텝에서 이달 베이비스텝으로 전환하는 등 금리인상폭을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베이비스텝(0.25%p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한은·한국경제학회 공동 개최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과제"라고 강조하며 금리인상을 암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미 연준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언했으며, 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로 좁혀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었다.

금통위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로 위험회피심리가 일부 완화되면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 장기시장금리도 하락했다"며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원자재가격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향방,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미 달러화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금리인상 기조 지속

한편, 금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8월 전망치와 같은 2.6%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1.7%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또 2024년 성장률은 2.3%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이 감소로 전환하는 등 성장세 둔화가 이어졌다"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런 경기침체 우려에도 금리인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향후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전망대로라면 최종 금리 수준은 3.5% 전후로 예상된다. 이 총재 역시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전망한 바 있고, 이날 금통위에서도 다수의 위원들이(3명) 3.5%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최종금리 수준과 그 도달 시점과 관련해서는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금통위원들 간에도 다양한 견해가 있다"며 "내년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12월 FOMC 회의 등 미 연준의 정책결정과 외환시장 영향,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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