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청정수소' 산업육성 외치지만 여태 기준조차 없어
정부 '청정수소' 산업육성 외치지만 여태 기준조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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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수소경제 활성화 위해선 서둘러 청정수소 기준과 인증제도 도입해야"
세종특별자치시에 준공한 수소충전소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세종특별자치시에 준공한 수소충전소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둘러 청정수소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기준을 마련하고,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왔다.

3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초 새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하고, 새로운 수소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위원회에서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이라는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 발표에서 청정수소 기반의 생태계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청정수소 생산능력 확보'와 '해외 청정수소 공급망 확보'를 강조했다.

청정수소가 중요한 이유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지금 2050년까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량과 흡수되는 탄소량을 똑같이 맞춰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정책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선 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수소'다. 수소는 화력발전 원료로 집어넣어도 탄소분자가 없어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를 만들고 난 뒤에도 순수한 물만 배출된다.

일반적으로 청정수소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전기 분해한 뒤 생산하는 '그린수소'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그레이수소에서 탄소를 제거한 '블루수소'를 말한다.

하지만 청정수소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수소법' 2조 7의2에 따르면 청정수소는 인증받은 무·저탄소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을 의미한다.

무탄소수소(그린수소)는 생산·수입 등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청정수소인 것이 명확하다.

문제는 저탄소수소(블루수소)와 저탄소 수소화합물이다. 온실가스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로 배출하는 수소는 모두 저탄소수소인데, 이 기준치가 없다. 이 때문에 산업계가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린수소는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 상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렇다고 저탄소 수소 생산기술에 투자하기에는 추후 탄소배출량 기준이 달라지면, 설비 투자한 것이 모두 무효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청정수소 인증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두고 있어 향후 바뀔 수도 있고, 청정수소 인증제도도 2024년에야 시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투자에 적극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이다. 정부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 청정수소 기반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인·허가 필요사항 등을 검토 후 주민 수용성을 고려해 실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은 원전을 녹색산업 분류체계인 클린 택소노미(Clean Taxonomy)에 포함시켜 청정에너지로 분류했다.

반면 환경단체 등 일각에서는 어전히 핵 폐기물 문제 등으로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원전과 연계한 수소 생산을 청정수소로 분류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청정수소를 생산과정의 탄소배출량으로 구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4년 저탄소·그린수소 인증제도 설계에 착수해 현재 'GO(Guarantee of Origin scheme for premium hydrogen)'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1㎏H₂ 추출할 때 이산화탄소(CO₂)를 10.92kgCO₂eq 배출하면 '프리미엄 수소(Premium H₂)'로 정의했다. 

이산화탄소를 이보다 60% 이상 절감하면 저탄소수소, 그 이상 저감하거나 아예 신재생에너지로 만들면 그린수소로 인정한다.

특히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CCS)하거나 활용(CCU) 했을때도 저탄소 수소로 인정해준다.

일본은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 이하(39.21kgCO₂eq/kgH₂)이면 청정수소 등급을 총 4단계에 걸쳐 인증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승훈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본부장은 "이미 해외에서는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한 인증 제도가 마련돼 운용되고 있다"며 "아직 국제 표준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결국 우리나라도 이를 토대로 한 청정수소 기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특히 세계 어디에서도 만드는 방식으로 청정수소를 분류하진 않기 때문에, 원전 전기를 활용해 생산한 수소도 충분히 청정수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내 원전은 기저 발전으로 활용되고 있어 수소 생산에 쓰기 위해서는 여러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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