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염불 된 강석훈 산은 회장의 '부산行 설득'
[기자수첩] 공염불 된 강석훈 산은 회장의 '부산行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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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해 직원과 국회를 설득하겠다던 강석훈 회장의 약속이 공염불이 되고 있다. 직원 동의 없는 사측의 일방적 부산 이전 추진으로 내홍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갈등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경기침체 우려, 자금시장 경색 등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해왔던 산은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이전을 둘러싼 내홍은 지난 29일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영업조직과 근무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산은 노동조합과 직원들은 이사회 개최 직전인 28일과 29일 대규모 규탄 시위를 벌인 데 이어 개편안 통과 후엔 이사진에 대한 법적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조직개편안의 내용이 동남권 영업조직 확대인 만큼 본점 부산 이전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노조와 직원들의 주장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국내지점 영업총괄 조직인 '중소중견부문'의 이름이 '지역성장부문'으로 변경된다. 부문 내 네트워크지원실과 지역성장지원실은 '지역성장지원실'로 통합되고, 관련 업무는 부산으로 이전된다. 동남권투자금융센터도 신설해 동남권 관련 투자금융(IB) 업무를 이관한다. 해양산업금융본부 산하 해양산업금융실은 기존 1실에서 2실로 확대된다.

영업총괄 부서 이름에 '지역성장'이 포함된 것을 두고 서울·수도권 중심 업무를 동남권 지역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강석훈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산은은 특히 지역성장부문장 집무실을 부산에 마련해 총 영업조직을 이끌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중소중견부문의 집무실은 서울 여의도 본점에 위치해 있었다.

영업조직이 확대되는 만큼 근무인력도 늘어난다. 산은은 동남권 근무 인원을 현재 150명대에서 200명대로 50여명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추가 인력이 근무할 사무공간을 다음달 중 마련하고 내년 1월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사측은 이번 개편안이 동남권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같은 설명으로는 직원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실제 사측은 개편안이 동남권 지역 발전에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한 설명자료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사측이 검토한 자료는 동남권 경제·산업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현황 자료뿐이다. 조직개편으로 동남권의 경제적 가치가 어떻게, 얼마나 커질지에 대한 분석자료는 없었다.

개편안이 부산 이전을 위한 '꼼수'란 지적이 이어지면서 국회 '패싱'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산은이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뜻인데, 그 전에 부산으로의 대규모 인사조치를 단행하고 직원용 숙소마련 비용을 예산에 검토하면서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과 김민석 의원, 이수진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산은 노조의 개편안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국회 패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부산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국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회와 직원들을 설득하겠다던 강 회장의 약속도 빈말에 그치고 있다. 강 회장은 취임 후 직원들과 국회가 본점 부산 이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겠단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그러나 소통 없는 일방적 이전 조치가 이어지면서 설득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냔 의문도 제기된다.

내홍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직원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산은은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발(發) 자금시장 경색이 이어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금의 '강대강' 대치 상황을 해소하기는 요원해보인다. 명확한 분석자료와 합리적 설득에 따른 부산 이전을 반대할 직원은 없을 것이다. 강 회장의 '불통' 이전 행보가 현재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직원과 국회를 설득하겠다던 강 회장의 약속은 사라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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