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예대차공시에도 금리차 8년 만에 최대, 왜?
[초점] 예대차공시에도 금리차 8년 만에 최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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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과당경쟁 자제" 압박에 은행권 수신금리 정책 재검토
올해 예대금리차 꾸준히 확대···당국 구두 개입 논란 커질 듯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예금금리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예금금리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이자장사' 성적표로 불리는 은행들의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가 8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진 가운데, 앞으로 예대금리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오름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연일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주문하고 있어서다.

금리 과당 경쟁을 자제시키려는 당국의 구두 개입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혼란도 지속되는 모양새다. 당초 '예대금리차 축소' 목표와 상충되는 데다 정책 엇박자의 부작용을 우려한 일각에선 은행 금리산정을 향한 당국의 개입 자체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8년 만에 예대금리차 '최대'···대출금리 뛸 때 예금금리는 '찔끔'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2.46%포인트(p)를 기록했다. 2014년 8월(2.47%p) 이후 약 8년 만에 예대금리차가 최대치로 벌어진 지난 9월과 동일한 수치다.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020년 4분기 말 2.05%p에서 작년 4분기 말 2.21%p로 확대되더니, 지난 1분기 말 2.32%p, 2분기 말 2.40%p 등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올해 들어 꾸준히 예대금리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출금리에 비해 수신금리 인상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금리상승기엔 원가가 낮은 예금 비중이 높은 수신 금리보다 상당수가 변동금리인 대출의 금리상승세가 가파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싼 금리를 주고 자금을 유치해 비싼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대출금리의 상승세를 살펴보면 올 1·2·3분기 말 모두 예금금리보다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예금금리의 경우 직전 분기 말과 견줘 각각 △1분기 말 0.13%p △2분기 말 0.21%p △3분기 말 0.49%p 오르는 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대출금리는 △1분기 말 0.24%p △2분기 말 0.29%p △3분기 말 0.55%p를 기록했다.

지난달엔 예대금리차 공시 등 영향으로 예금금리(전월 대비 0.63%p↑)가 대출금리(0.55%p↑)보다 더 많이 올랐으나, 당분간 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크게 올릴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잖다.

◇당국 압박에 수신금리 인상 '제동'···유동성 불안 궁여지책

실제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던 주요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14년 만에 연 5%를 넘겼다가 2주 만에 다시 4%대 금리를 유지 중이다. 금융 당국이 수신 금리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연이어 당부한 영향이다. 금융권이 자금 확보를 위해 앞다투어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그 후폭풍으로 대출금리 역시 오르고 있어서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은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한 데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달 28일 "예금 등 자금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시장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자금 쏠림을 방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예대금리차 공시를 통해 금리 경쟁을 끌어올린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뚜렷한 모습이다. 당국은 잇단 예금금리 인상으로 은행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자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 상승을 매개로 한 대출금리 상승은 물론, 비은행의 유동성 부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이 빨라지면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취약한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하고, 은행권의 금리 인상이 그대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리 차단하고자 하는 궁여지책인 셈이다.

이 탓에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 대신 예금을 통한 자금조달에 열을 올리던 업계도 수신금리 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예대금리차 확대 불가피···관치 괜찮을까

문제는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으로 예·적금 이자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대출이자가 더 뛰면서 예대금리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10월 기준 연 5.34%. 이는 2012년 6월(5.38%)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연 8%대에 바짝 다가섰고,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 역시 7%를 훌쩍 넘긴 상황이다.

이자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당장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한 데 이어 이달 미국의 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예·적금 금리가 먼저 오르고 자금조달비용 상승을 반영해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도 오르는데, 수신금리만 제한할 경우 금융소비자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런 점을 인식한 당국도 부랴부랴 대출금리 실태 점검에 돌입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과거에 비해 대출금리 오름폭이 크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업계의 대출금리가 과도하게 책정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만약 당국이 봤을 때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시각에다 정부의 개입이 어디까지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시장경제 원리에 비춰볼 때 감독 수준을 벗어난 당국의 개입은 관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는 눈치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금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개입은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례적인 상황일 경우엔 일시적인 조치가 필요할 순 있지만, 독과점적 시장구조 속에서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은행들이 담합을 하는 경우 외에 시장 가격을 상시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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