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임금 10% 인상시 생산자물가 상승률 0.1→2% 높아져"
한은 "임금 10% 인상시 생산자물가 상승률 0.1→2%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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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임금 흐름에 대한 평가 및 가격전가율 추정' 보고서 발간
1인당 명목임금 증가율 분해(왼쪽) 및 1인당 명목임금과 상용직 정액급여 비교 (자료=한국은행)
1인당 명목임금 증가율 분해(왼쪽) 및 1인당 명목임금과 상용직 정액급여 비교 (자료=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경기 회복과정에서 나타난 임금 상승세가 향후 중간재 수입물가가 안정됐을 때, 생산자물가 전가율을 하락시킬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임금이 10% 상승할 경우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0.1%에서 2%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5일 발간한 '최근 임금 흐름에 대한 평가 및 가격전가율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경기 회복과정에서 임금과 중간재 수입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중간재 수입물가가 안정될 경우 임금의 생산자물가 전가율이 2021년 이전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임금의 생산자물가 전가율이란 임금이 오르내릴 때, 생산자물가가 변화하는 비율을 뜻한다.

우리나라 1인당 명목임금은 2020년 상반기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크게 둔화되었다가, 2021년 1분기 이후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2분기 들어서는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팬데믹 이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최근 임금총액의 상승은 위기 회복에 따른 특별급여 증가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며 "이는 기대인플레이션 등 임금여건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세부적으로 2021~2022년 1분기 중 특별급여 증가는 기저효과가 주된 요인이며, 운수창고업·금융업 등 일부 산업의 호황도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특별급여의 기저효과에 따라 위기 기간 임금총액이 크게 하락하거나, 위기 회복 기간 상승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도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팬데믹 시기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님을 시사한다.

반면 2022년 중 상용직 정액급여는 장기평균을 상당폭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은이 필립스 곡선을 통해 상용직 정액급여의 상승세를 분석한 결과 2019년 4분기 대비 2022년 2분기 상용직 정액급여 증가율은 빈일자리율과 기대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0.75%포인트 상승, 여타 요인의 영향으로 0.3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기대인플레이션은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의 상용직 정액급여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2022년 2분기 중 대규모 사업체의 정액급여 증가율을 2.58%포인트 상승시켰다. 반면 소규모 사업체의 경우 1.34%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이는 높은 노동조합 같은 임금협상력의 차이로 대규모 사업체의 물가전가율이 더 컸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임금 상승세는 중간재 수입비용, 경쟁국가격 등이 동반됨에 따라 기업의 가격전가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노동비용이 중간재 수입비용 및 경쟁국 가격과 함께 상승한 경우는 과거 경기회복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에 대해 오 차장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노동비용은 상승했지만, 중간재 비용 및 경쟁국 가격은 오히려 하락한 바 있다"며 "임금과 중간재 비용이 동시에 상승한 경우, 기업들이 이를 흡수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임금의 가격전가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은이 산업별 패널자료를 통해 임금이 생산자물가에 미친 영향을 추정한 결과, 2021년 이후 제조·서비스업 모두에서 임금, 중간재 비용 등 한계비용의 가격전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중 제조업의 경우 임금이 10% 상승할 경우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0.1%에서 2%로 높아졌다. 중간재 비용의 생산자물가 전가율도 5.3%에서 8.2%로 상승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임금 10% 상승 시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6%에서 3%로 높아졌으며, 중간재 비용의 생산자물가 전가율도 0.5%에서 0.7%로 소폭 상승했다.

오 차장은 "이 같은 전가율 상승은 노동비용과 중간재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기업의 가격전가가 더욱 강화된 데 기인한다"며 "이는 향후 중간재 수입물가가 안정될 경우, 임금의 생산자물가 전가율이 2021년 이전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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