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인사②] 농협금융 회장에 '尹 캠프' 출신 이석준 유력···인사파동 예고
[금융 CEO 인사②] 농협금융 회장에 '尹 캠프' 출신 이석준 유력···인사파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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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지주 임추위, 다음 주 내 최종 회장 후보 결정
낙하산 논란 '부담'···은행·생명 등 CEO 거취도 '불투명'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왼쪽),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사진=농협금융)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손병환(60)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의 심사가 막바지에 돌입했다.

현재 이석준(63) 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손 회장 대신 외부 관료 출신 인사가 영입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여기엔 농협중앙회의 입김과 더불어 정권의 외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다음 주 초 최종 회장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임추위는 지난달 14일부터 본격 가동돼 최고경영자(CEO) 인선 절차에 돌입했다. 임추위가 검토하고 있는 회장 후보로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일하게 유력 주자로 떠오른 이 전 실장은 지난해 6월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처음으로 영입한 인사로, 일명 '윤 대통령 라인'으로 불린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26회)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한 그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사실상 회장 교체 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도 없다시피 해 이 전 실장이 회장에 오를 것으로 분위기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당초 업계는 내부 출신 회장으로 농협금융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데다 앞서 김용환·김광수 전 농협금융 회장 등이 2년 임기를 마친 후 1년간 연장한 전례를 봤을 때 손 회장의 연임을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난해 1일 취임한 이래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안정에 무게감을 둘 것이란 분석이었다. 앞서 농협금융은 지난해 사상 첫 순이익 2조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 3분기도 누적 기준 최대 실적인 1조9717억원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정치권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농협금융의 특성상 현 정부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현 정권과 결이 비슷한 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내부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농협금융그룹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농협금융그룹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특히 이번 회장 인선은 사실상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회장 선임은 임추위의 권한으로 외형상으로만 보면 임추위원들의 의중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다. 다만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독특한 지배구조인 만큼 중앙회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농협중앙회가 손 회장 대신 최근 관료 출신 인사 영입을 강력히 원하면서 상황이 뒤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 임추위원들은 금융 당국 출신 없이 학계와 법조계, 내부 인사로 고르게 구성돼 있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함유근 이사와 이순호 위원은 각각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으로 학계 출신이다.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인 이종백 위원은 법조계, 농협금융 부사장인 배부열 위원과 남서울농협 조합장인 안용승 위원은 모두 내부 인사다.

다음 주 임추위 회의에서 최종 회장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이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의 지배를 받고 있어서 농협중앙회 입김이 크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금껏 외부에서 왔던 회장들이 역할을 잘 수행했기 때문에 농협금융 내부에서도 관료 출신 인사로 외풍을 막아줬으면 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금융지주 회장 인선뿐 아니라 계열사 수장들의 거취도 업계의 관심사다. 농협금융은 손 회장을 비롯해 권준학(59) NH농협은행장, 김인태(60) NH농협생명 대표, 강성빈(52) NH벤처투자 대표 등이 오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들도 실적을 떠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농협은행장은 그동안 연임한 사례가 거의 없다. 지난 2018년 취임한 이대훈 행장이 1+1년 형태로 두 차례 임기를 연장한 것은 있으나, 대부분이 1~2년의 본 임기를 마친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대표도 상황이 비슷하다. 그동안 농협생명 CEO들은 연임 없이 2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는데, 김 대표는 이달 기준으로 임기 2년을 모두 채운 상태다. 김 대표 또한 일부 직원들에게 연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는 전언이다.

이번 인선에서 임추위가 지역 안배를 고려할 수도 있다. 권 행장과 김 대표는 경기권 출신인데, 그동안 농협금융이 출신 지역 안배를 고려해 인사를 결정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으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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