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슬쩍' 대기업 빵집 출점···동반위 중기 보호 '유명무실'
'은근슬쩍' 대기업 빵집 출점···동반위 중기 보호 '유명무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네빵집' 도구삼아 영업구역 다툼 벌이는 대기업 빵 브랜드
10년째 상생 규제 유지에도 동네빵집 보호 못 받아...편법 출점
대기업 빵집의 거리제한 규정 위반에 대해 동반성장위원회는 동네빵집은 케익을 상시판매해야 보호받을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 문제가 없다며 최근 사건 종결처리했다. 하지만 해당 동네빵집은 쇼케이스까지 마련해 케익을 판매해 오고 있어 동네빵집 규정에 맞다고 제보자가 맞서고 있다. (사진=제보자)
한 대기업 빵집의 거리제한 규정 위반에 대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케익을 상시 판매하지 않아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제보자는 해당 동네빵집은 쇼케이스(사진)까지 마련해 케익을 상시 판매해 오고 있어 인근 대기업 빵집의 출점은 규정 위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사진=제보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중소형 제과점, 이른바 '동네 빵집'을 도구 삼아 '구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정작 동네 빵집들은 10년전 대기업과 중소기업 빵집이 서로 합의한 '신규 점포 출점 시 500m 이상 거리두기' 내용이 대기업 브랜드의 미이행 및 심판 역할을 하는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의 애매모호한 운영 등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12일 업계와 동반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SPC)와 뚜레쥬르(CJ) 등 대형 빵집 프랜차이즈들이 출점 제한으로 신규 점포를 낼 경우 상호 동반위에 규정위반 신고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신규 점포를 내려면 동네 빵집에서 도보 500미터 이상 떨어져야 하는데 이를 악용해 서로 민원을 넣는다는 것이다. 

거리제한을 위반할 경우 동반위 신고는 이들 대기업 빵집과 동네빵집 등 이해 당사자와 일반인 누구나 가능하다. 

제과점업은 지난 2013년 동반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신규 출점시 동네빵집과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규제를 적용받았다. 2019년 지정이 만료된 뒤에도 프랜차이즈는 대한제과협회와 상생협약을 통해 거리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거리 규제가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영업 구역 쟁탈전에 활용되고 있다. 동반위가 여전히 실질적으로 거리제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편법 출점까지 등장하자 차제에 규제의 실효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대전 한 지역(대덕구)에서는 파리바게뜨가 신규 점포를 내자, 이해당자사인 대기업 빵집과 동네빵집이 아닌 제3자가 동반위에 신고했다. 신고인은 B 동네 빵집에서 불과 270여미터 떨어진 곳에 파리바게뜨가 출점했다며 동반위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출점 제한 민원은 꼭 피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제기할 수 있다.

동반위는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프랜차이즈에 해명을 요청하고, 제출된 서류 등을 통해 적법한지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필요에 따라 현장 방문과 암행방문 등을 통해 실사도 한다.

동반위는 대전 사례에 대해 '문제없음'으로 신고인에게 회신하고 종결처리했다. 이유는 규정상 B 동네 빵집이 상시적으로 케익을 팔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상생협약에는 영업인허가를 '제과점영업'으로 등록해야 하고, 일주일 중 5일은 빵과 케익을 판매해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 보호에 해당하는 동네빵집의 최소 요건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제보자는 "동반위가 현장조사를 제대로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케익과 빵을 상시판매하는 곳이다. 오히려 대기업 빵집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본보에 증빙도 제공했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거리제한 위반 자체는 사실이며, 특히 인근 뚜레쥬르 가맹점주는 B동네빵집 사장으로부터 파리바게뜨에게 댓가를 받고 출점 양해를 해줬다고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동반위가 케익 상시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B빵집을 동네빵집으로 인정하지 않아 이번 사건에서 아예 보호 대상이 안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인근 주민들도 케익 상시 판매를 증언하고 있어 동반위 판단에 오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실무자가 조사하면 동반위 실무위원회를 개최해 결정하는데 실무자의 최종 판단으로 사건종결한 것인지 이해 대한 과정도 의혹이다.  

동반위 담당자는 "제과점업 출점 제한 민원의 절반은 피해 당사자가 아닌 경쟁 프랜차이즈에서 제기하고 있다"며 이번 신고 건의 경우 대기업 브랜드일 수도 있다고 오히려 의혹을 제기했다. 파리바게뜨가 인접 출점하자 뚜레쥬르를 의심하는 대목이다. 어느 경우의 수라 할지라도 B동네빵집이 케익을 상시판매해 보호대상이 맞다면 그리고 댓가가 오간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장이 심각해 질 전망이다.   

동반위 측은 "법이 아닌 상생협약에 의해 이뤄지는 거라 강제성이 없다. 프랜차이즈에 시정 요청을 하면 해당 업체가 판단해 이행할 뿐 동반위는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면서 "개선할 필요성은 있지만 당사자들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영업 중인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은 총 3463곳, 전국 뚜레쥬르 영업점은 1350곳이다. 동반위 규제 이후 이들 매장 수는 정체다. 거리제한 외 2% 내 성장 규제도 더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제과점영업 1만9587곳 중 파리바게뜨 점유율은 17.7%, 뚜레쥬르는 약 7%에 그친다. 이들을 제외한 대기업 브랜드 합을 제외해도 약 70%는 동네 빵집이다. 

이에 차제에 유명무실한 동반위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다시 나오고 있다. 동네빵집의 어려움이 특정 대기업 브랜드 때문인지 실증이 없고 동반위가 사실상 동네빵집 보호에 손을 놓은 상황에서 10년 전에 만들어진 규제가 그대로 유지돼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로무 2022-12-12 10:33:50
그냥 경쟁하게 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