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화를 위한 자세
[기자수첩] 대화를 위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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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대화(對話).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필수적인 소통 방법으로 꼽히는 대화란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여기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깊이 스며들어있다.

최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곱씹어 봤을 때 가장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9일 조합원 투표 결과, '파업 종료'로 결정됐다. 파업 16일만이다. 그간 강도 높은 파업이 지속됨에 따라 피해 여파는 산업계를 넘어 민생까지 끼치고 있다.

서울 주요 주유소의 경우 '기름이 동나 휘발유 판매가 불가하다'는 안내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유류 공급 차질 상태가 길어짐에 따라 서울 외곽 지역의 주유소에도 기름 공급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철강 업종 또한 운송 차질이 생산 차질로까지 이어졌다. 

국민들은 파업으로 빚어진 불편을 피부로 느끼자 화물연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도 '경제 피해', '국민 불편'을 앞세우며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며 화물연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이 파업의 시작점을 정확히 알고나면 이들의 파업을 온전히 비난하기만은 어렵다.

파업의 발단이었던 '안전운임제'는 쉽게 말해 화물노동자가 생계와 안전을 최소한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최저운임제'로 볼 수 있다. 이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3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폐지하고 철강재, 곡물 및 사료, 자동차 등까지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속 주장했고, 당시 정부도 안전운임제 지속과 대상 품목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안전운임제 유효기간이 끝나는 올 연말이 다 되어가도록 논의는 물론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화주가 운수사에 지급해야 하는 안전운송운임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화물차 운수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믿어온 정부의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에 화물연대는 결국 '생존'을 위해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2차 교섭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지속 시도했으나 정부는 이들을 그저 '법을 어긴 범죄자'로 규정, 3년 안전운임제 연장마저 해주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심지어 파업 철회를 결정했는데도 정부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이처럼 피해가 확산된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신뢰를 저버린 정부 책임 또한 크다.

공감과 존중, 신뢰와 평등이 존재하는 사회를 위해서는 노정 모두 대화로 통(通)하려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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