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신한금융 '진옥동 시대'···세대교체폭 바로미터, 은행장은?
[人사이드] 신한금융 '진옥동 시대'···세대교체폭 바로미터, 은행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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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보다 앞서 '새바람'···'부회장직' 신설은 뒤따를 듯
조 회장, 3연임 관측 깨고 용퇴···'파격 발탁' 가능성
전필환·박성현·정상혁·정운진 등 자타천 유력후보군
임영진 거취 '주목'···교체 시 이인균 부사장 등 거론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금융지주)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금융지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세간의 예상을 깨고 진옥동(61) 신한은행장이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데는 조용병(65) 현 회장의 용퇴가 결정적 배경이 됐다.

조 회장이 탄탄한 실적과 강한 리더십으로 순탄하게 3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을 깨고 용퇴를 결정하면서 신한금융은 안정적 지배구조 기틀을 마련함과 동시에 무리 없이 세대교체까지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내부 혼란은 최소화했고 외부 개입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 조 회장의 기습 용퇴는 신한금융이 헤쳐 나가야 할 모든 과제를 한번에 해결한, 그야말로 '묘수'였던 셈이다.

조 회장 핵심 라인으로 꼽히던 진 행장이 신한금융을 이끌게 되면서 '100년 신한'을 위한 진옥동표 체제가 본격 막을 올리게 됐다. 지배구조가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달 중순 이후 단행될 신한 계열사 CEO 인사도 세대교체 바람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용병의 용퇴, 왜?···1타3피 '묘수'

조 회장의 용퇴 결정은 세대교체를 원하는 금융당국의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PEF 등 외국계 주주가 중심이 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다른 금융지주사 대비 외풍에서 자유로운 조직으로 꼽힌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최대 주주는 9.81%의 지분율을 지닌 국민연금이지만 재일교포 그룹인 '간친회' 회원 5000여명이 지분 약 17%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금융회사란 점에서 당국의 입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특히, 조 회장은 재임기간 동안 채용비리 관련 재판, 사모펀드 사태 제재 등에 휘말린 바 있다. 채용비리의 경우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고, 사모펀드 제재는 경징계 조치에 그치며 법적 리스크를 모두 털어냈지만 각종 사태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도 임기를 더 이어가는 게 조 회장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란 시각이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 선정기준으로 '도덕성'을 내세운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서 성재호 회추위원장은 지난 8일 진옥동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도덕성, 신한가치 구현, 업무 전문성, 조직관리 역량, 미래 대응능력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거친 결과"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회추위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후보 선정 기준으로 '도덕성'을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외풍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조직이지만 사모펀드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됐던 만큼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석이다.

조 회장도 용퇴 이유에 대해 "누군가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탄탄한 성과 속에서 조 회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를 내려놓는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됐다.

한편으로는 세대교체에 대한 고민도 엿보였다. 진 행장은 조 회장의 핵심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나이차는 4살 터울로 많지 않다. 신한금융 정관에 따르면 회장 선임 연령은 만 67세 미만이다. 연임하는 경우에도 만 70세가 되면 직을 내려놔야 한다.

현재 진 행장의 나이가 만 61세이므로, 이번에 조 회장이 3연임에 성공했다면 진 행장이 차기 회장직에 도전할 때의 나이는 만 64세가 된다. 이미 회장 선임 연령에 가까워져 연임하기에 부담스러운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회추위원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는 대목이었지만 조 회장이 후배에게 길을 터주면서 수월하게 세대교체를 이루게 됐다.

동시에 리딩뱅크 '맞수'인 KB금융보다 '세대교체'를 먼저 주도한다는 상징성 역시 얻게 됐다. 조 회장이 3연임을 고집할 경우 윤종규 KB금융 회장(68)과 비슷한 순수를 밟게 되지만, 이번 용퇴로 조직 전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동시에 이미지 쇄신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조 회장의 용퇴가 오히려 신한 조직을 외풍으로부터 막아주는 '방패'가 됐다는 정치권의 평가도 있다. 수월하고 빠른 세대교체를 통해 내부 혼란을 최소화한 만큼 외부에서 개입할 틈을 주지 않았을 뿐더러 내부 사정에 밝은 진 행장을 회장으로 앉히면서 신한 조직으로서의 연속성까지 챙겼다는 설명이다.

한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회장) 본인이 뜻을 굽히지 않고 직을 이어가려고 한다든가 하면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해지고 혼란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러면 외부에서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기게 된다"며 "이번 신한의 경우 조 회장의 사람인 진 행장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이어가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당국도 만족시키고 조직으로서의 색깔도 이어갈 수 있는 묘수였다"고 평가했다.

◇60년대 중후반 출생 인재풀에 시선 집중···계열사 인사태풍 '촉각'

신한금융이 진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깜짝 발탁하면서 세대교체를 이룬 만큼 이어질 계열사 CEO 인사에도 업권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달 중순경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그룹 조직개편과 계열사 임원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조 회장이 용퇴하면서 '세대교체'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시각이 많다. 연말 임기만료를 앞둔 신한 계열사 CEO는 임영진(62) 신한카드 사장과 성대규(55) 신한라이프 대표, 이영창(61) 신한투자증권 대표, 정운진(58) 신한캐피탈 대표, 김희송(56) 신한자산운용 대표, 배일규(59) 신한자산신탁 대표, 이희수(58) 신한저축은행 대표, 이동현(51) 신한벤처투자 대표, 배진수(58) 신한AI 대표 등 9명이다.

특히, 조 회장의 3연임과 부회장직 신설이 유력했지만 회장이 교체되면서 부회장직 신설과 관련 인사가 재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먼저 임영진 사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애초 임 사장은 조 회장 체제가 유지된다면 그룹 부회장으로 옮길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입행동기이자 나이가 한살 적은 진 행장이 회장에 오르게 되면서 임 사장의 부회장직 영전이 불투명하게 됐다는 평가다.

부회장직 신설 자체는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진 행장이 향후 그룹 조직개편과 관련해 그동안 부회장직 신설을 시사했던 조 회장과 의견을 공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KB금융의 전례를 감안할 때 1인보다는 2~3인체제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제 이목은 신한금융 2인자인 동시에 후계구도의 정점인 신한은행장 자리에 집중돼 있다. 업계 안팎에선 신한은행장 인사가 이번 세대교체의 폭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중론이다. 조 회장 용퇴의 의미를 살리고 조직에 새바람을 불러오기 위해서는 60년대 중후반 출생을 기용하는 파격에 가까운 '발탁 인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부행장 중에서는 전필환(57) 디지털전략그룹장, 박성현(57) 기관그룹장, 정상혁(58) 경영기획그룹장, 한용구(56) 영업그룹장, 이영종(56) 퇴직연금그룹장 겸 신한라이프 부사장과 정운진(58) 신한캐피탈 사장 등 그룹 내 1964~1966년생들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전필환 부행장은 목포 덕인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오사카지점장·SBJ은행(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 부사장을 지낸 '일본통'이다. 일본에서만 18년간 일한 진 회장 내정자의 신임이 두텁다. 

박성현 부행장은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경영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은행 영업뿐아니라 지주 전략기획 등 은행과 지주를 넘나들며 핵심 직무와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신한종합연구소 재직 당시 기획재정부 용역을 맡아 국내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의 산파 역할을 했다. 신한지주 전략기획팀장과 부장, 본부장을 거쳐 전략·지속가능경영 책임자(CSSO·부사장) 등을 지낸 손꼽히는 전략통이다.

정상혁 부행장은 대구 출신으로 덕원고와 서울대 국제통상학과를 졸업했다. 진 회장 내정자가 신한은행장에 선임된 2019년 당시 비서실장을 거쳐 전략과 재무 등을 총괄하는 경영기획그룹장에 오른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정운진 사장은 대구 계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금융권에 입문했다. 신한은행 경영기획그룹장(부행장보)과 신한지주 GIB(글로벌&그룹 투자은행)사업부문장(부사장보)을 지낸 자타공인 자본시장 전문가다. 2020년 신한캐피탈 사장 취임 후 최대 실적을 이끌어 내면서 IB 전문사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신한카드의 경우 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든 안하든 교체된다면 이인균(56) 신한지주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가 차기 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부사장은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 중 한 명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새로운 내정자께서 조직개편이나 인사와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새로운 고민의 단계에 진입하지 않을까 한다"며 "신한이 갖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도 너무 광범위해졌고, 예전에는 은행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있던 부문의 사이즈가 현재는 다 커졌기 때문에 조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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