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진 미 연준의 고민···"인상폭 줄이고, 최종금리 높이고"
깊어진 미 연준의 고민···"인상폭 줄이고, 최종금리 높이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14일 12월 FOMC, 시장 전망은 '빅스텝' 기정사실
11월 CPI 상승률 7.3% 전망···경기침체 우려도 확산
혼재된 지표, 확대된 불확실성···"최종금리 5% 이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홈페이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홈페이지)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올해 마지막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혼재된 경기 지표를 두고 시장 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 FOMC에서 '빅스텝(0.5%p 금리 인상)'을 밟을 것으로 전망한다. 동시에 최종금리는 상향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매파적 발언을 내놓을 것이란 모순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성급한 시장 기대감이 통화정책 효과를 희석시킬 수 있는 만큼, 연준이 긴축 고삐를 다시 한번 죌 것이라는 해석이다.

오는 13~14일(현지시간)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12월 FOMC를 앞둔 가운데,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FOMC와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거치며 통화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당초 연준은 기존 0~0.2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3월부터 8개월 만에 3.75~4%까지 3.75%포인트나 인상한 바 있다. 이 같은 고강도 긴축의 핵심 동력은 물가다. 미 CPI 전년 대비 상승률은 올해 6월 9.1%까지 상승,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연준은 6월 FOMC를 기점으로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단행한다. 그 결과 8%대에 정체됐던 CPI 상승률은 10월 7.7%로 크게 둔화됐고,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속도조절론’이 확산됐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 반영된 12월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9일 기준 79.4%로, 전일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반대로 0.75%포인트 인상가능성은 20.6%로 같은 기간 1.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시기가, 12월 회의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은 속도조절론에 힘을 더했다.

◆상상 이상의 고용호조, 물가 상승압력으로 돌아오다

문제는 고용지표가 시장 전망을 상회하면서다. 미국 11월 서비스 부문의 고용이 26만3000명으로 시장 전망치(20만명)를 크게 뛰어 넘은 것이다. 임금상승률은 전년 대비 5.1%나 상승했으며, 특히 시간당 평균 임금 전월 대비 0.6%나 상승하며 전망치(0.3%)를 두배나 상회했다.

통상 임금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의 촉매로도 불리며,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부문의 임금상승률은 물가상승세를 더 강하게 부추긴다.

또한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1월 서비스업 구매자관리자지수(PMI)가 56.5로, 시장전망치(53.1)를 크게 상회했다. 경기판단의 선행지표격인 PMI는 50을 기준으로, 상회시 경기 확장국면에 있음을 뜻한다.

반면 제조업 PMI는 49를 기록, 2020년 5월 이후 30개월 만에 위축 국면으로 전환했다. 미국 소비 중심축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둔화되고 있던 물가상승세가 다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미 연준의 긴축 수위 역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늘어난 임금은 경기 위축 국면의 소비를 지지해, 완만한 경기 침체를 유도한다. 그러나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다소 모순적"이라며 "미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기업의 생산비용 전가 속도를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은 내년에도 어느 정도 유지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11월 CPI에 쏠린 시장의 눈···7.3% 유력

현재 시장의 눈은 1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11월 미 CPI로 향하고 있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 둔화된 7.3%다. 지난해 기저효과와 최근 유가 하락세, 공급망 차질 우려 완화 등이 그 근거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증가했다. 8일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건으로 전주 대비 4000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지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6만2000건 증가한 167만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초 이후 최다 건수다.

앞서 언급한 대로 고용시장 활성화는 인플레이션의 촉매로 꼽힌다. 반대로 고용시장이 점차 식어가고 있다는 점은, 물가 둔화세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실업률을 증가는 경기침체 징후로 해석돼,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11월 미 CPI가 전년 대비 7.3%, 핵심물가는 6.1% 내외로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다만 절대적으로 높은 물가 수준과 지난주 예상보다 양호한 고용 및 임금 상승세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최근 흔들리는 환율 움직임도 FOMC를 앞둔 불확실성을 반영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혼재된 지표, 확대된 불확실성···"결정은 빅스텝, 메시지는 매파적"

문제는 최근 미국의 지표들이 혼재된 결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고용부문에서도 서비스업 고용은 확대된 반면, 실업청구건수는 증가했다. 또한 제조업 경기는 위축국면으로 전환된 반면, 서비스업 경기는 오히려 확장되는 등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시장은 12월 FOMC에서 연준이 빅스텝을 밟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올해 가파른 통화긴축 여파로 내년 상반기에 미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긴축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점도표 수정을 통해 연준의 최종금리 전망을 기존 4.75%에서 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내년에도 긴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FOMC 이후 연설에서 파월 의장이 매파적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연준의 긴축 감속이, 시장의 섣부른 통화완화 기대감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금리인상 여파 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0.5%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전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만 노동시장의 양호한 흐름과 임금 오름세 등을 고려할 때 최종금리 수준은 종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12월 FOMC 점도표에서 내년 정책금리 목표치에 대한 중간값은 기존 4.6%에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금리 수준이 5%를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들이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의 정점 통과가 더 분명해지고 있으며, 경제지표는 악화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은 더 커졌는데 성급한 시장 기대는 정책 효과를 희석시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연준은 12월 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로 축소하겠지만, 훨씬 강한 코멘트와 이전보다 높은 최종금리를 제시할 것"이라며 "그대로 집행한다는 뜻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에게 방향성을 제공해 준다는 의미에서, 최종금리 중간값이 5% 중반이나 후반 정도로 상향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