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금융 잔액 1천억 이상 증가···농협은행·교보생명·서울보증·코리안리 등 9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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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자산 규모 크게 줄지 않아 "석탄발전소 건설 PF 영향"
한전채 투자 급증, 올 상반기에만 석탄 투자 지난해 1년 간 규모
사진=서울파이낸스
탈석탄 금융 선언과 넷제로(Net Zero)를 선언한 금융기관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 규모는 크게 줄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할 전망이다. (사진=김무종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탈석탄 금융 선언과 넷제로(Net Zero)를 선언한 금융기관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 규모는 크게 줄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3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양이원영 국회의원실은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석탄과 재생에너지 투자 금융 현황을 분석한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 중 ‘석탄과 재생에너지 금융 편’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먼저 공개했다. 국내 공적•민간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전수 설문조사 방식으로 받은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대출, 채권 및 주식 투자를 통한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900억 원 소폭 감소한 56조5000억 원(공적금융 35.7조 원, 민간금융 20.8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 규모는 부보금액 즉, 석탄 관련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대해 보험을 통한 보장액 39조5000억원을 포함시키지 않은 수치로, 부보금액을 따로 분석하는 별도의 보고서는 내년 1월 중 발간할 계획이다.

2022년 6월 말 기준으로 탈석탄을 선언한 금융기관의 수는 104개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기관들의 석탄 자산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은 원인은 탈석탄 선언 이전에 체결한 석탄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약정액 인출과 한전채 투자 영향 때문으로 분석됐다.

PF 대출 규모는 2017년(5850억 원) 대비 2019년(2조8000억 원)에 5배 가까이 늘어났고, 현재 건설 중인 국내 석탄발전소(강릉안인, 삼척)와 해외 석탄발전소(인도네시아 자와 9&10, 베트남 붕앙 2) 중심으로 PF 대출 잔액은 약 10조 원, 아직 인출되지 않은 약정액은 4조 원 이상이나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전채 투자 급증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석탄 투자 규모가 지난해 1년 간의 석탄 투자 규모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 리스크 관리 체계 변화에 이러한 한전채 투자가 금융기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민간 금융기관 중 지난해 대비 석탄 금융 잔액이 1000억 원 이상 증가한 금융기관 수는 총 9개로, DB손해보험, NH농협은행, 교보생명 ABL생명보험, 롯데손해보험, 서울보증보험, DB생명보험, 코리안리재보험, 하나은행이 해당한다.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2019년 중반부터 석탄 투자 규모를 앞질러 2021년 말 기준으로 7조2200억원에 달했다. 이는 5조5400억 원인 석탄 투자 규모보다 1.3배 많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는 상당히 미흡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적으로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2021년 말 기준 3670억 달러인데 비해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전체에 대한 투자는 1190억 달러에 그쳐 양자의 격차가 3.1배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누적 투자 규모(2012년~2021.6)는 37조2000억원이다. 공적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각각 5조6000억 원, 3조1000억 원으로 규모면에서 보면 재생에너지 투자를 이끌어 왔다. 수출입은행은 석탄 대비 재생에너지에 1.2배 더 많이 투자했고, 산업은행은 재생에너지보다 석탄에 약 2배 더 많이 투자했다.

2030년까지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30%대에서 21.6%로 대폭 하향조정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향후 금융기관, 특히 공적금융기관들의 재생에너지 투자 축소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국회의원 양이원영 의원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이미 전 세계 자본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은 다소 더딘 모습이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정책, 기술 등이 변하는 상황에서 필요를 읽지 못하는 금융기관과 기업은 궁극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기 마련이다. 국내 금융기관이 국제사회의 흐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녹색투자 전략으로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탈석탄 금융 자산군 범위를 석탄발전소 건설 관련 뿐만 아니라 석탄 산업 전반으로의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주요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기업의 매출 비중, 설비, 생산량 등을 지표로 석탄 투자 배제 또는 유의기준을 마련하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석탄 기업에 대한 관여활동(engagement) 또는 투자 철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 중 석탄 매출 비중으로 석탄 투자 배제 기준을 수립했다고 응답한 기관은 AIA생명, 삼성화재,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4곳이었다. 올해 석탄 투자 배제 기준 용역연구를 마친 국민연금은 석탄 투자 제한 기준 확정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융기관 대상 전수조사에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104개 금융 기관 중 기존 투자금에 대한 단계적 철회 및 회수를 포함했거나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힌 금융기관은 6곳에 불과했다. 또한, 넷제로를 선언한 27개 국내 금융기관 중 목표 수립을 완료했다고 응답한 23곳 가운데 금융배출량을 감축 목표(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넷제로)에 포함하지 않은 곳은 수출입은행, DB손해보험을 포함해 6곳에 이른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규제 강화 및 탄소 가격 상승이 명백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 본연의 업무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자산의 기후 리스크 노출 수준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응 목표와 이행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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