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우울한 새해맞이
[홍승희 칼럼] 우울한 새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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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는 올 한해 경기를 둔화, 침체, 위기의 단계 중 둔화라고 본다지만 많은 서민들에게는 이미 위기감이 싹트고 있다. 이미 장바구니 물가는 폭등했고 부동산 경기는 내리 꽂히는 양상을 보이며 영끌족을 나락으로 떨어트릴 위기 국면이 나타났고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질 뿐만 아니라 그 폭이 커져간다.

그 와중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시장 경색이 나타나고 해외에서의 자금조달도 난관을 보이며 이미 부도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디어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그 원인으로 말하지만 문제는 다른 나라보다 한국은 더 빠르게 주가가 급락했고 성장 둔화의 징조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경제를 끌어들여 변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해 만에 선진국에서 후진적인 국가로 내려앉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갖게 상황이 치달아가고 있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정부가 민간 기구들에 앞서서 내년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고 선수치고 나오는 것은 예상되는 충격의 정치적 여파를 줄이기 위한 이례적 선택이 아닌지 의심을 갖게 만든다.

물론 국내 기관들의 전망에 앞서 해외에서의 2023년도 한국경제 전망은 더 혹독하다. 경기전망을 내놓는 해외 기관들의 평가도 저마다 다르지만 가운데서도 특히 일본 노무라증권 보고서는 특히 내년 한국 경제 성장율을 마이너스로 전망하며 가장 비관적으로 보았다.

노무라증권이 어떤 기준으로 그런 평가를 내놨는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현재 한국 정부가 내놓는 정책적 방향에서 일본의 지난 그림자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현 정부 들어 일본이 과거 실패한 정책적 선택을 답습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처음 부동산 폭락으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시기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보다 더 빠른 1991년부터였다는 보고도 있다. 당시 부동산가격 폭락사태에 직면하며 버블이 발생하던 기간 기업의 본업 대신 부동산 투자에 몰두했던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고 우리로 치면 저축은행에 해당하는 은행들이 부도사태를 겪던 일본 정부는 이후 파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펴며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까지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이든 주가든 살아나지 않았고 잃어버린 30년의 시동이 걸렸다. 금리로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한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시도해 잠시 반짝 효과를 보며 아베노믹스라고 자화자찬했지만 그 기간은 극히 짧았고 오히려 일본 정부의 과도한 부채로 스스로 발목을 묶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에 와서는 아베노믹스가 추구한 방향에 몇 가지 근본적 오류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당시에도 국내 언론들은 반짝 효과에는 주목했으면서 뒤따라 온 후유증에는 매우 늦게 반응했다. 외신들을 국내 정치적 메시지 생산에만 이용한 결과다.

아베노믹스의 오류 중 하나는 일본 엔화를 기축통화로 전제하고 MMF(현대통화이론) 적용이 가능한 나라로 자만하며 일본 경제를 그 실험대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일본 정부는 자신만만하게 양적완화를 밀어붙였지만 산업생산력이 뒷받침되지 못함으로써 거듭 일본 정부의 부채를 늘리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 정부가 선택한 또 하나는 실수는 SOC사업에 재정을 과다 투입했으나 기대했던 경기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토목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그로 인한 경기 진작은 개발도상국에서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당장 한국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각종 토목공사를 대대적으로 벌였음에도 실질적인 실업률 감소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토목사업은 그 규모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도 개도국으로부터 오는 취업이민자의 수요만 증가시킬 뿐임을 이미 일본이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를 무비판적으로 따른 결과다.

많은 전문가들이 세계 경기는 내년 상반기를 하강곡선의 바닥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그런 흐름과 함께 갈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일단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부담에 더해 기업부채의 부담도 결코 가볍지 않다.

외환위기 당시보다 빠른 부채 증가율을 보이는 데다 금융불안지수도 주의단계에서 위기단계로 높아질 만큼 내년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매우 낮다. 다른 나라보다 회복이 늦어질 것이라는 매우 우울한 전망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전문가들이 미디어를 장악하는 것은 외환위기 직전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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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2-12-30 18:15:40
이런 애들도 이젠 계좌인증 해야한다. 주식이든 선물이든 금투수익 인증해야 경제학자지 허구언날 글로만 배운 인간들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