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 내부 수장 맞는 IBK기업은행···'관치기류' 변화 조짐 (종합)
3년 만 내부 수장 맞는 IBK기업은행···'관치기류' 변화 조짐 (종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태 전무, '官' 정은보와 접전 끝에 은행장 낙점
당국, '관치논란'에 부담···금융사 '낙하산' 잦아들까
당국 '강경 기조' 속 우리금융 손 회장 연임 '관심사'
김성태 IBK기업은행 전무 (사진=IBK기업은행)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내정자 (사진=IBK기업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차기 IBK기업은행장에 33년간 내부에서 몸 담은 김성태(60) 전무이사가 전격 발탁됐다. 기업은행으로선 3년 만에 다시 내부 출신 수장을 맞게 됐다.

최근 금융권이 '관치인사'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김 내정자는 관료 출신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끝에 기업은행을 이끌 차기 수장으로 내정됐다. 윤석열 정부가 관치 논란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앞으로의 관치 기류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30일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를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기업은행장은 별도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없이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1962년생인 김 내정자는 충남 서천 출신으로 대전상고와 충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헬싱키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공채 출신으로 평촌아크로타워지점장, 미래혁신팀장, 비서실장, 미래기획실장, 종합기획부장, 마케팅전략부장, 부산울산지역본부장, 경동지역본부장, 소비자보호그룹장, 경영전략그룹장 등 본부 핵심부서와 영업 일선을 모두 거친 정통 'IBK맨'이다. 맞춤형 경영·영업전략을 통해 성과를 내는 '전략통'으로도 꼽힌다. 2019년부터는 계열사 IBK캐피탈 대표이사를 거쳐 2020년 3월부터 기업은행 전무이사(수석부행장)을 맡아왔다.

은행 내 2인자로서, 현 윤종원 행장이 관료 출신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기업은행 사정에 가장 밝은 인물이기도 하다. 온화하고 적을 만들지 않는 친화적인 성격으로,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덕망이 높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 전무가 은행장으로 취임하면 기업은행은 지난 2019년까지 은행을 이끈 김도진 전 행장에 이어 3년 만에 내부 출신 행장을 맞게 된다. 김승경(17대)·조준희(23대)·권선주(24대)·김도진(25대) 전 행장에 이은 다섯 번째 내부 출신 행장의 탄생이기도 하다.

금융위 측은 김 내정자 제청 배경에 대해 "내부출신 은행장으로서의 안정적 리더십,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위기극복 지원 및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 고객 최우선 디지털 환경 제공 등 기은의 핵심 목표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금융 지원뿐 아니라 소비자 중심 업무관행 정착 등 기은 역할을 재정립하는데 기여했다"고 했다.

애초 금융권에선 김 내정자보다 정 전 원장의 기업은행장 선임을 유력하게 점쳤었다. 현 정부 들어 금융사 수장 인사에 개입하려는 기조가 강해졌고, 특히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정 전 원장은 제28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후 재무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을 거친 경제·금융 전문가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금감원장으로서 유임설이 나오는 등 전·현 정부에서 모두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기업은행장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어 김 내정자가 기업은행장으로 발탁된 데는 윤 정부가 거세지는 관치 논란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금융권은 이석준(전 국무조정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조기 사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대한 당국 수장의 회의적 발언 등이 겹치면서 정부의 인사개입과 관치가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윤종원 현 행장에 이어 연속 2번 외부인사 기용에 따른 노사 갈등도 부담스러운 요인이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020년 관료 출신 윤 행장이 내정됐을 때 약 한 달간 출근저지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이후 극적 합의를 통해 투쟁은 철회됐지만 윤 행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노사는 크고 작은 갈등을 겪어야 했다.

관치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서 3년 전의 혼란을 반복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컸을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 노조는 정 전 원장이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된다면 출근저지 투쟁을 불사하겠단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인사로 금융권의 관치·외풍 논란은 잦아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치논란에 선을 그어왔던 금융당국 수장들이 유독 손 회장 연임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위는 여러차례 회의를 거쳐 라임펀드 사태가 단순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CEO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결정했다"며 "CEO인 손 회장에 라임펀드 책임이 명확하게 있다고 판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금융위는 지난달 초 라임펀드 손실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금융 지분을 대부분 처분했지만 완전히 민영화가 됐는지에 대해선 정부와 기업 간에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며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1.29% 지분으로, 이번 우리금융 인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는 얘기가 업계에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